국회 통외통위는 7일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여야 의원들은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 변강사지(邊疆史地) 연구중심의 고대사 왜곡은 북한 붕괴 시 영토적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치밀한 계획”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중국의 동북공정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규형 외교부 제2차관은 “중국 학술기관의 연구일 뿐”, “양국이 고대사 왜곡을 중단키로 합의한 사항이 나름대로 지켜지고 있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고구려사에다 고조선과 발해사까지 왜곡한 것은 우리의 역사적 뿌리를 통째로 흔들자는 것”이라며 “더구나 백두산에서 아시안게임 성화를 채화하는 등 일련의 중국 조치는 김정일 정권 붕괴 시 영토적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고 따졌다.
'中 공식 입장인가' 여부 외교부內 엇갈려"기존 주장 비슷" 답변에 "어느나라 외교부냐"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도 “변강사지 연구중심의 학자들은 중국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후원하지 않으면 고대 유적에 대한 연구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차관은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생각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새로 게재된 내용도 중국이 기존에 주장하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은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외교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냐”고 호통을 쳤다. “정부가 미국과 일본에는 똑 부러지면서 중국에는 흐지부지한 태도를 보인다”(우리당 장영달),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는 강하게 대응하면서 왜 중국에는 쩔쩔 매느냐”(한나라당 권영세)는 발언도 이어졌다.
한편 변강사지 연구중심이 공개한 동북공정 논문에 대한 외교부의 성격규정이 오락가락해 비판을 사고 있다. 고구려, 발해 등 한국 고대사 왜곡논문을 중국 정부 입장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외교부 당국자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응방향도 춤을 추었다.
동북공정 논문파문이 확산되자 중국문제를 담당하는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중국 연구기관의 연구를 현 단계에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했다. 따라서 중국이 2004년 한중간에 역사문제에 관해 합의한 구두양해를 어긴 게 아니므로 외교적 대응은 무리라는 논리를 폈다.
이는 전날 이규형 제2차관의 발언과는 사뭇 다르다. 이 차관은 중국 사회과학원은 국책연구기관이기 소속 학자는 국가공무원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물론 “(이 논문이) 중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도 아니고, 입장이라는 것도 아니다”며 여지를 두었지만, ‘국가공무원’을 강조한 것은 변강사지 논문을 중국 정부의 입장으로 간주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괄적으로 검토해 대응수위를 조절하겠다”며 강경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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