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절차가 뒤죽박죽이었다. 여야와 국회의원들은 물론 헌법학 교수마저 갈피를 잡지 못했다.
7일 국회에선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지명 절차의 적법성 논란과 공방이 이틀째 이어졌다. 4부(府) 요인을 뽑는 절차가 위헌ㆍ위법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청와대, 정부, 국회가 모두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8일 예정된 전 내정자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표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본회의 표결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절차상 하자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일단 국회법 82조에 따라 하자를 보완한 뒤 본회의 표결을 추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본회의 의결을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인사청문특위의 헌법재판소장 청문회에서 병합 진행한 것으로 사후 추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당내 반발이 만만찮다. 상당수 의원들은“사후 추인이 적절한 지도 의문이지만 하자를 보완하더라도 8일 본회의에서 당장 표결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설사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동의안이 가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 내정자에 대해 코드 인사, 경륜 부족 논란이 벌어진 데다 절차상 문제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론 반대’로 입장을 정할 경우 더욱 그렇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 298명 중 우리당 소속은 142명이고 한나라당 126명, 민주당 11명, 민노당 9명, 국민중심당과 무소속 각 5명 등인데 민노당이 찬성한다고 할 때 국민중심당과 무소속의 선택에 따라 부결이라는 파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앞서 이날 청문회는 오전에 개의 되지 못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한나라당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당초 중앙인사위가 지명절차의 하자를 보완하는 공문을 보내오면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고위원회에서 “그것만으로는 절차상 하자가 보정 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절차에 위법이 있는 만큼 청문회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결국 “청문회는 속개하되 절차상의 하자를 보정하는 과정은 추후 논의해 따로 밟는다”는 애매한 결론을 내려 청문회는 오후 속개됐다. 그러나 속개된 청문회에서도 적법성을 둘러싼 입씨름이 한동안 계속됐다.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헌재소장의 임기를 어떻게든 늘리려고 멀쩡한 재판관을 사퇴시켜 소장을 시키려 한데 문제의 근원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열린우리당 우윤근 의원은 “법은 상식의 집합체”라며 “헌재소장과 재판관 청문회를 따로 갖는다는 것은 명백히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온 숭실대 법대 강경근 교수는 “헌재소장과 재판관은 별개의 헌법 기관이므로 다른 임명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맞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도 자기 모순에 빠져 갈팡질팡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자신들의 논리대로라면 청문회 일정을 거부했어야 함에도 참고인 청문 등 절차를 정상 진행했다. 전날 임명동의안 수정만을 조건으로 7일 청문회 속개에 합의한 것 역시 어설펐다는 지적이다. 우왕좌왕하며 당 입장을 명쾌히 정리하지 못한 지도부의 리더십도 도마에 오른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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