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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해외 비밀감옥 첫 인정 "수사상 필요… 고문은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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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해외 비밀감옥 첫 인정 "수사상 필요… 고문은 안했다"

입력
2006.09.0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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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들을 구금 및 신문하기 위해 외국에 ‘비밀감옥’을 설치ㆍ운용해온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CIA의 해외 비밀감옥이 지난해말 언론보도를 통해 폭로된 이후 부시 행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세계 인권단체 및 유럽 정치 지도자들로부터 고문 등 인권문제를 이유로 강한 비난이 제기돼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9ㆍ11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이 배석한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알 카에다 서열 3위이자 9ㆍ11 테러 배후 주모자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비롯한 14명의 1급 테러 용의자들이 해외 비밀감옥에 억류돼 있다가 재판을 받기 위해 미 해병이 관할하는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관됐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하지만 해외 비밀감옥들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설치돼 있는지, 또 이 비밀감옥에서 CIA가 어떤 신문기법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그는 또 CIA가 테러 용의자의 구금 및 신문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해외감옥을 폐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미 시민자유연맹, 국제사면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해외감옥은 고문의 한 형태”라면서 “부시 행정부는 해외감옥의 운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해외감옥의 존재를 시인하면서 이곳에 수감돼 있다 관타나모 기지로 옮겨진 테러 용의자들이‘군사 위원회’에서 군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의회가 근거 법률을 제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요구는 앞서 미 대법원이 대통령 지시로 임의로 설치된 ‘군사위원회’에서의 재판이 위헌일 뿐만 아니라 전쟁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고 판결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테러 용의자들을 공개 기소하겠다는 것은 뒤늦게 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중간선거 2개월 전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미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갖게 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술수”라고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정보원은 테러 용의자이고 이들을 옮겨놓을 장소가 필요했다”고 비밀감옥의 정당성을 주장한 뒤 “고문은 없었다”고 강변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로 옮겨진 테러 용의자들에는 모하메드 외에 9ㆍ11 당시 항공기 납치 기도자 람지 비날쉬브, 알 카에다 연락책 아부 주바이다, 2000년 예멘 미군함 콜호 폭탄테러 용의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국방부는 전쟁 포로에 대한 고문 비난을 의식해 물 고문, 맹견위협, 두건 씌우기, 비정규군 포로 분류 등을 금지하는 등 제네바 협약을 준수토록 명시한 새 야전 신문 기술 지침서를 발표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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