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침저녁은 꽤 선선해졌지만, 지난 여름의 폭염보다도 우리의 숨을 막히게 했던 '바다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처럼 정책의 실패인지, 여론의 의혹처럼 권력형 게이트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그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정치인과 돈의 문제이다.
● 정치자금법은 구멍 투성이
행정부에서 시작된 불씨가 국회로 옮겨 붙곤 했던 과거 스캔들의 예처럼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행성 게임 관련 업체로부터 받은 후원금과 로비성 외유 의혹으로 국회가 시끄럽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관광부의 사행성 게임 규제완화 정책이 DJ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 아래서 결정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사실 선출직 공무원은 표와 돈을 앞세운 이익단체의 로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 표가 아쉬운데 이 표 저 표 가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한 푼이 아쉬운데 깨끗한 돈과 더러운 돈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출직 공무원이 이익집단의 압력 앞에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촘촘한 규제망이 필요한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자금제도는 정치인과 이익단체의 유착을 막기에는 구멍투성이다. 2004년 역사 이래 처음 고액기부자의 신원을 공개하도록 획기적으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였다고 하지만 아직은 반신불수이다.
현행법의 무기력함은 고액기부자 신원내역 신고 실태만 보아도 확연히 드러난다. 작년에 발표된 고액기부자 신고내역을 보면, 고액기부자의 신원에 대해 성실 신고한 경우는 10%를 조금 넘을 뿐이다.
주민등록번호나 직업 등이 공란으로 있는가 하면, 직업을 기재한 경우에도 단순히 '회사원'이나 '자영업'으로 기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회사원'이나 '자영업'으로 둔갑해 정치권에 들어간 바다이야기의 돈이 얼마든지 더 있음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의 문제는 대선 후보가 공식적으로 선거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점에 이르면 더 확연해진다. 정치권이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정치혐오증에 부응해 제살 도려내기 경쟁을 하다가 합법적으로 대선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마저 막았던 것이다.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고 자부하는 노무현 대통령조차 가장 중요한 임기 첫해를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사퇴한다'는 논쟁으로 허송세월하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자금법의 조속한 개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되듯 정당후원회의 부활이 그 대답은 아니다. 정당후원회의 부활은 권위주의 시절의 동원정당체제를 거치며 과대성장된 한국정당의 고비용 구조를 영속시킬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 슬림화가 정착되기 이전까지는 국고 보조의 삭감이 없는 정당후원회의 부활은 안 된다.
● 대통령후보후원회 설립 허용해야
더구나 정당후원회로 모금한 자금, 즉 정당의 자금으로 대선을 치르는 것은 당권과 대권의 분리, 그리고 적지 않은 정당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완전국민경선제와 맞지 않는다.
당의 자금으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누가 후보가 되든지 당을 장악하지 않고는 효율적인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완전경선제를 통과한 후보가 당을 장악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당을 장악한다면 결국 당권과 대권의 분리는 무의미해져 문제는 더 심각하다.
따라서 합법적으로 대선자금도 공급하며 완전경선제와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조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후보후원회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반쪽 투명성이 아닌 정치자금의 완전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민전ㆍ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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