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5일 ‘9ㆍ11 테러’5주년에 즈음해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을 레닌이나 히틀러에 비유하면서 대대적인 안보공세를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시도는 11월7일 중간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국가안보 문제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나, 민주당도 강력히 맞대응할 태세이어서 안보이슈를 둘러싼 양당의 대회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군관계자협회에서 퇴역장교, 상이용사 등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9ㆍ11 테러의 주범인) 빈 라덴과 그의 동맹세력들은 과거 소련의 레닌, 독일의 히틀러 만큼이나 그들의 의도를 분명히 했다”며 현존하는 테러위협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전은 테러와의 전쟁의 핵심”이라며 “미국이 조기 철군하면 레닌이나 히틀러에 맞서는데 실패했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아가 “빈 라덴은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 현재와 과거의 이슬람 교도 영토 위에 자유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전체주의적 이슬람 제국 건설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입수한 비공개 문건 가운데 알 카에다의 ‘납치살해 지침’등을 인용한 뒤“알 카에다는 ‘유혈작전에서 파산작전으로의 변화’계획에 따라 뉴욕 등 미국의 금융중심지들을 공격, 미 경제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44분간의 연설에서 빈 라덴을 17번이나 언급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앞서 2001년 9월14일 선언한 국가비상상황을 연장했다. 백악관은 때맞춰 ‘테러리즘 대처 전략’보고서를 발표, “미국은 더 안전해졌지만 아직 (충분할 정도로) 안전하지 않다”고 미 본토에 대한 테러위협을 경고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2002년 중간선거, 2004년 대선 때처럼 안보이슈가 공화당의 전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단호한 응전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5년 전에 비해 미국은 더 안전해지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한편,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가 “말로는 이라크전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부시의 발언을 비난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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