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의 투자금을 빼돌려 미국으로 잠적한 채무자를 추적해온 채권자가 미국 법원의 승소 판결을 얻어내 12년 만에 돈을 돌려 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 로스앤젤레스(LA)의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은 한국에 사는 S씨가 LA에 사는 H씨를 상대로 낸 원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로 H씨는 S씨에게서 빌린 원금 16억원(약 167만 달러)에 S씨가 2년 전 한국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을 때까지 연 18%씩 계산한 이자를 합쳐 모두 30억원 가량을 갚아야 하게 됐다.
이번 판결에서 미 법원은 한국 법원의 판결 및 한국 검찰의 체포영장 발부 등 민ㆍ형사 기록을 유효한 증거로 인정했다. 이 판결은 특히 한국에서 사기나 금융 관련 범죄를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피하더라도 결국 처벌받는다는 것을 확인, 유사한 사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씨는 곧 H씨의 미국 내 재산에 대한 압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S씨는 1994년 당시 건설업을 하던 H씨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16억원을 빌려줬지만 H씨가 한국 내 재산을 처분하고 미국으로 이주해 피해를 보게 됐다. H씨가 당시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모금한 돈의 액수는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씨는 H씨를 사기죄 등으로 고소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H씨의 혐의가 인정되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S씨는 투자금 반환 소송도 제기, 2년 전 청주지법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H씨가 LA로 피신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LA 지역에 수배 전단을 뿌리는 등 H씨를 계속 추적해 왔다. H씨는 오렌지카운티에 자녀 등 명의로 여러 채의 고가 가옥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호화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을 맡았던 법률회사 비전인터내셔널의 이세중 변호사는 “채무자가 한국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이 미 법원에서 인정돼 승소할 수 있었다”며 “유사한 다른 피해자들로 이번 사례를 따르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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