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인근지역에서 생산된 주요 농산물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곡인 쌀은 조사대상 757건 가운데 8.1%가 카드뮴 허용기준인 0.2ppm을 넘었고, 허용기준의 17배인 3.513ppm에 이른 지역까지 있었다. 허용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납은 27.5%가 국제식품규격위원회(코덱스) 허용기준을 넘었다. 배추나 대두, 파 등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이를 곧바로 국내산 주요 농산물의 중금속 오염으로 확대 해석, 전국적 식품 오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사대상은 토양ㆍ수질 오염을 피하기 어려운 폐 금속광산 주변의 반경 1~4㎞ 지역에 한정됐다. 대부분의 지역에 휴경이나 농산물 수매ㆍ폐기 제도가 시행된 것도 사실이다. 완벽한 통제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 식품안전 관리 수준으로 보아 특별한 위협요인으로 보긴 어렵다.
그보다는 폐 금속광산 인근지역 주민의 건강이 걱정이다. 오염도가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 9개 지역의 주민 건강조사는 정부의 약속대로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카드뮴 오염에 따른 일본의 이타이이타이병에서 보듯, 중금속은 체내에 장기간 축적된 끝에 치명적 공해병으로 발전한다.
2004년 큰 우려 속에 이뤄진 경남 고성의 폐광 지역 역학조사에서도 주민의 혈중 카드뮴 농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타이이타이병 진단기준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골다공증 발병률이나 골밀도 감소 등은 뚜렷했다. 따라서 장기 관찰과 보호가 중요하다. 해당 농산물의 철저한 수매ㆍ폐기와 휴경제 적용은 기본이다.
한편으로 이번 조사 결과는 1995년부터 수천억원을 들여 행해 온 폐광 복원사업이 눈가림으로 끝났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주요 농산물에 대해 다양한 중금속 허용기준을 정해 운용하고 있는데 쌀 하나만, 그것도 카드뮴 농도만 기준을 정해 놓은 정부 당국의 무신경에는 기가 막힌다.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의 꼴이 아니다. 거창한 구호보다 기초 다지기에 힘쓸 것을 정부에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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