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최근 국민 실생활의 부담을 줄이고 혜택은 늘리는 시혜성 정책과 법안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멀어진 민심을 구체적 정책을 통해 되돌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민과 중산층의 민생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우려의 시선도 엄존한다. 대부분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어서 예산확보가 제대로 될지, 혹시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선심 정책 남발은 아닌지 의구심이 무성하다. 정부 여당이 진정으로 민생을 생각한다면 부분적인 시혜성 정책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거시적 차원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이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시혜성 정책만도 10가지가 넘는다. 우선 5일 자연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활동에 대해 각종 세제 혜택 및 융자 지원 등을 해주는 ‘재해경감 기업활동 지원법’ 추진을 발표했다. 이는 연간 20억원 가량의 세수 감소가 따르는 정책이다. 같은 날 군사 통제보호구역 8,800여만평을 해제해 건축물의 신ㆍ증축 등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쉽게 하는 정책도 내놓았다.
1일에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전면 폐지한다는 당정 합의가 있었고, 지난달 31일엔 전역을 앞둔 모든 장병에게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군 의무제도 개선안이 발표됐다. 전자는 연간 270억원의 예산이 들고, 후자는 향후 7년간 총 1조 3,400억원이 필요한 정책이다.
아울러 2012년까지 임대주택 116만 가구를 확보하는 내용의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주거복지 증진 방안을 발표했는데 소요 재원이 8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부동산 거래세 및 재산세를 완화하는 지방세법 개정(8월29일), 20여개 비과세 감면제도 일몰연장(8월21일), 공공기관 비정규직 5만4,000여명 정규직 전환(8월8일) 등도 시혜성의 인상이 짙다. 정부 여당은 이런 범주의 정책으로 사회적 서비스 제공 기업 육성, 고령자 고용 촉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를 놓고는 기획예산처가 난색을 표시해 파열음이 나고 있다. 임대주택 116만 가구 확보 정책은 예산 10조원, 국민주택기금 39조원, 주공 및 지방공사 38조6,000억원 등 재원이 필요해 올 주거복지 정부 예산(1조901억원)과 국민주택기금(22조원 중 임대주택 사업 4조6,000억원) 규모를 감안할 때 2012년까지 매년 예산 50%, 기금은 20% 이상 늘려야 한다. 전문가들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군사보호구역 해제의 경우엔 해당 지역에 투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생을 위한 정책을 발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문제는 예산인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대선 준비를 겨냥해 개별적인 정책을 하나하나 내놓아 활용해선 안 된다”며 “경제 성장을 진전시키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청사진 마련이 여권의 우선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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