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한미 정상회담과 내달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양국간 대북 시각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5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북한과 이란 핵 문제는 제재가 아닌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마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이행을 위해 찾아온 힐 차관보에게 일찌감치 선을 그은 것이다. 더 이상의 대북 압박에 신중해야 한다는 중국과 점증적 압박만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는다는 미국의 견해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5, 6일 베이징에서 힐 차관보의 행보는 미중간 시각차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힐 차관보는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장조리 등을 만난 뒤 “안보리 대북 결의 1695호의 이행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WMD 제조 및 이전을 막는 자금줄 봉쇄 등을 규정한 결의 이행이 우선 순위임을 강조하고 중국측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대북 압박을 심히 우려한다. 고강도의 금융압박 등이 핵 실험 강행 등 북한의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핵 실험을 인내의 한계(레드라인)로 설정한 중국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당분간 설득작업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미중 접촉에서는 북한의 입장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 힐 차관보는 우다웨이(武大偉) 부부장을 만난 뒤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사인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제재 해제를 회담 재개 전제로 내세운 북한의 자세가 요지부동이다. 특히 그는 “중국도 대북 영향력 행사가 쉽지 않은 듯하다”고 덧붙여 북중간 물밑대화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는 북중 정상회담 준비 상황도 빠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설득시켜 회담에 복귀시키면 좋고, 그렇지 못할 경우 내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다. 힐 차관보가 일본에서 ‘새로운 다자 협력’ 을 통한 다자 압박을 구상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방안은 실효는 없겠지만 미국 내 대북정책 비판 목소리를 낮추게 하고 미국의 명분을 훼손시키지 않는 이점이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북중 정상회담을 모색하면서 북한이 회담장으로 걸어 나올 수 있는 공간과 명분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미국이 압박의 고삐를 늦춰야만 가능해 대북 수해지원 및 경제지원 등 제한된 카드로 북한을 설득해야만 하는 처지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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