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에서 살아 남으려면 부시를 멀리하라’ 11월 7일 실시되는 중간선거를 향해 뛰고 있는 미 공화당 후보들이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임을 강조하는 선거운동이 유행처럼 번지자 민주당 쪽에서는 “지난 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을 껴안았던 많은 공화당 후보들이 이제 그를 환자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
미 하원 내 공화당 4인자인 데보라 프라이스(오하이오) 의원은 2004년 선거에서는 부시 대통령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을 홈페이지에 올렸으나 최근 방송된 TV 광고에서는 자신을 ‘독립적’이라고 묘사했다. 또 이 광고는 프라이스 의원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지원금을 늘리기 위해 부시 대통령과 당의 정책에 저항해 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고 있거나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공화당 후보일수록 부시 대통령과의 사이에 선을 그으려는 경향은 더 강해진다. 미 상원내 공화당 3인자인 릭 샌토럼(펜실베이니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를 쫓아가야 하는 처지가 되자 연방정부의 철도 지원금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반목하고 있음을 오히려 자랑거리로 삼고 있다.
“내가 철도 지원금을 삭감하려는 정책에 맞서 싸우자 백악관이 나에게 할말이 많은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판세가 불리해지고 있는 공화당 마이크 드와인(오하이오) 상원의원은 200만달러를 거둔 두 번의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는 부시 대통령을 환영했지만 정치광고를 통해서는 자신의 ‘독립성’을 강변하면서 오히려 민주당과 함께 일할 능력이 있음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공화당 간판마저 거추장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공화당 짐 탤런트(미주리) 상원의원은 자신의 정치광고에서 “중요한 것은 공화냐, 민주냐가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이다”고 주장했다. 상원에 도전장을 낸 공화당 마크 케네디(미네소타) 하원의원은 “당이 그어놓은 선을 뛰어 넘겠다”며 아예 부시 대통령과는 다른 자신의 정책목록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화당 클레이 쇼(플로리다) 하원의원은 사회보장 개혁의 지지부진을 질타하면서 “나는 공화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플로리다를 대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공화당 후보들의 움직임에는 자칫하면 상ㆍ하 양원 모두의 지배권을 민주당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돼 있다. 스탠퍼드대의 한 선거운동 전문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직후인 1974년 치러진 중간선거 때와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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