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는 짝수 해를 싫어한다?”
올 여름 유해성 적조가 큰 피해를 남기지 않고 물러나면서 적조 ‘2년 주기설’이 또 한번 입증됐다. 1990년대 말부터 적조가 홀수 해에는 엄청난 피해를 안겼지만 짝수 해에는 별다른 흔적 없이 소멸하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적조는 8월 7일 전남 고흥군 동일면 내나로도 서쪽 종단과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 등대 종단 해역에서 유해성 적조 원인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주의보 발령기준(㎖당 300개체)을 초과, 600개체가 발견돼 처음으로 적조주의보가 발령됐다.
이후 적조 원인생물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8월 15일 경남 남해군 서측 종단~남해군 미조면 미조등대 종단 해역에 적조경보로 확대 발령돼 어민들을 긴장시켰으나 보름만인 29일 사실상 소멸됐다.
적조 경보 및 주의보가 해제된 시기도 지난 해(9월 15일)보다 17일이나 빠르고, 발생 해역도 남해안 서부와 중부(완도~남해도)에 한정됐다.
특히 올해 적조는 평균 지속기간이 23일로 최근 10년간 평균치(43.4일)보다 20일 정도 짧은 역대 최단기간을 기록했다. 피해액도 7,500만원(추산)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8월 초부터 적조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양식어류 집단폐사 등으로 피해액이 10억 6,000만원에 달했다.
적조 피해액은 1999년 3억 2,000만원에서 2000년 2억 6,000만원으로 소폭 줄었고 2001년에는 84억원으로 급증했다가 2002년 다시 49억원으로 감소했다. 2003년에는 무려 215억원의 피해가 발생해 ‘적조대란’으로 불리며 큰 타격을 주었지만 이듬해에는 1억 2,000만원으로 격감했다.
어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벌써부터 내년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정모(45ㆍ전남 여수)씨는 “홀수해인 내년엔 얼마나 피해를 줄 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적조가 크게 확산되지 못한 것은 7월 장마 이후 8월의 갑작스러운 고수온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조 원인생물은 수온 24도 정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데 고수온 현상으로 30도를 넘자 활동이 부진했다는 이야기다. 또 바닷물 표층과 저층 사이 중간부분에 일종의 장벽이 형성돼 저층부의 영양염류가 표층으로 뚫고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산과학원 유해생물팀 이 윤(46) 팀장은 “적조가 격년으로 큰 피해를 끼친다는 ‘2년 주기설’이 신기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며 “2년 주기설을 규명하기 위해 기후와 환경 등 복합적인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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