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교육부총리 내정자의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수월성 교육과 학교자율을 주장해 온 그가 내정 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와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현 정부의 교육정책 원칙은 평준화교육 고수다.
그는 또 최근 글에서 현 정부를 못박아 국가주의적 통제로 인한 교육의 경직, 획일성을 질타했다. 물론 그의 말대로 학자와 국가정책담당자의 입장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지닌 오랜 소신과 현 정부 교육기조는 약간이 아닌, 근본적 교육철학의 차이다.
그는 각종 저술을 통해 현 정부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비판해 왔다. 따라서 이를 모를 리 없는 정권이 그를 내정했을 때 융통성있는 정책 전환을 기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순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그의 교육철학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리에 따라 소신을 뒤집은 전임 김진표 부총리는 관료 출신이라 그렇다 쳐도, 평생을 존경받는 학자로 지내 온 그의 우왕좌왕은 더욱 실망스럽다.
그가 내정됐을 때 한국교총·전교조와 여야 정치권, 학부모단체들은 한결같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입장에 따라 걸핏하면 극한대결을 불사해 온 우리 사회에서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의 교육철학보다는 평소 교육학자로서 높은 지명도와 온건하고도 합리적으로 알려진 품성 덕분이었을 것이다.
현 정권의 잔여임기로 보아 애당초 후임 교육수장에게 큰 변화의 역할을 요구하기 어렵다면, 두루 신망을 받아온 그의 장점을 살려 난마처럼 얽혀 있는 각종 교육현안의 통합 조정 역할만이라도 제대로 해 주길 당부한다.
나아가 지금껏 주장해 온 교육철학을 한낱 연구실 내 공론으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임기 중에 수월성교육과 학교자율화의 숨통을 틔우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듯 싶다. 청문회에서 밝힐 교육철학과 정책계획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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