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아내가 느닷없이 "여보 나 6급 장애인이래, 장애인 등록하러 가야겠어"라는 말을 내던졌다. "뭔 소리냐, 어디가 아픈데 장애인이냐?" 평소 골반이 불편했던 아내를 생각한 나는 병원에서 몸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나 싶어 움찔했다.
그런데 아내는 얼굴을 닦고 있는 나에게 신문을 내밀었다. 손으로 기사를 가리키며 읽어보란다. 제목이 '위기의 아내들'(2일 1면)이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얘긴가 해서 보내 우리나라 주부들의 불륜 얘기였다. 기사 내용 중 '애인 하나 없는 여자는 6급 장애인'이라는 요즘 중산층 주부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을 아내가 한 것이다.
과연 그렇게 심각할까. 기사는 설문조사에 응한 기혼 주부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직접 외도를 했거나 외도 문제로 고민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또한 남성 고민센터의 상담자중 25% 정도가 아내 외도를 호소했단다.
하지만 아무리 내 주변을 살펴봐도 그 정도는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 왈 "이 신문 너무 하는 것 아냐. 마치 외도를 조장하는 것 같아, 너무 자극적이야. 신문이 이러면 안되지…."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만연한 불륜을 잡아보자는 정의감인지, 아니면 이를 이용해 한번 주목을 끌어 보자는 의도인지.
박영준ㆍ경기 성남시 분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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