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가 달라졌다. 그동안 정치 현안에 관한 언급을 자제했던 그가 최근에는 여야가 충돌하는 민감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도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 각을 세우는 쓴소리가 대부분이다.
5일 성균관대가 개최한 취업박람회에 희망연대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고 전 총리는 “더 이상 고용 없는 경제성장은 안되며 일자리를 만드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며 “청년실업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최악의 실업난에도 불구하고 고용증진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곧바로 겨냥한 것이다.
전날 희망연대 회원들과 충북 충주시 장안농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한에 쫓겨 졸속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농업분야는 개방을 해도 피해가 없도록 정부가 농촌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또 “총리 시절 한.칠레 FTA 협정 비준에 앞서 농촌에 10년간 119조원을 투ㆍ융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소개한 뒤, “쌀의 관세철폐는 10년에서 15년까지 유예기간을 충분히 갖고 대책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한을 정해놓고 진행 중인 한미 FTA협상의 졸속 추진을 우려한 것으로 낙관론을 앞세우는 정부 측 의견과는 거리가 있다.
고 전 총리는 최근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가진 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작전권 환수는 국민적 공감대 아래 국방계획이 완성된 이후 논의돼야지, 2009년이냐 2012년이냐로 못박을 사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당장이라도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이 정권은 용미(用美)를 잘 못하는 것 같다”고 정부의 대미 외교를 비판하기도 했다.
고 전 총리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는 여러 의도가 담겨있다. 범여권 유력 후보로 여겨지는데다 참여정부 초대총리로서 내놓고 현 정부를 비판하기는 어려운 입장이었지만, 현 정부에 대한 뚜렷한 민심 이반이 그를 돌아서게 한 듯하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뒤지는 결과가 나온 것도 그를 ‘공격형 모드’로 전환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측근 인사인 신계륜 전 의원은 4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고 전 총리가) 만약 국민들에게 답답하다는 느낌을 준다면 본인 스스로 답답함의 근거를 잘 파악해서 발언하고 행동도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말 희망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를 발족하면서 본격적인 정치권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고 전 총리는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대선행보의 출발점으로 삼는 듯하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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