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SK성남주유소 카페 ‘해피 투게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노란색 티셔츠에 빨강 앞치마를 단정하게 차려 입은 점원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커피를 타고 내오는 게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분위기는 일반 카페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들은 적게는 10여년, 많게는 20여년간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에 시달리다 이제 사회에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신질환 장애인들이다. 물론 지금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진단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다.
수원여대 부설 재활교육기관 ‘고운누리’에서 사회적응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 6명이 카페를 열었다. 3명씩 2개조로 나뉘어 하루 6시간 손님에 커피를 팔고 설거지, 청소를 하는 단순 서비스 업무지만 이들이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느 질환과 똑같이 약을 먹고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임에도 ‘정신질환자’라는 가혹한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고 사회복귀의 마지막 단계에 서 있기 때문이다.
22년째 조울증을 치료중인 박희말(45ㆍ여)씨는 “정신병 때문에 그 동안 직장은커녕 대인접촉도 거의 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손님들 시중을 들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병으로 악화했다는 최선희(33ㆍ여)씨도 “원두커피를 갈고 타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면서 “좀 더 배우고 익혀 이 곳을 사회복귀의 디딤돌로 삼고 싶다”고 좋아했다.
이 카페에서 이들이 받게 될 월급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78만원정도.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들에게 이 돈은 적지 않지만 이 돈을 받으면 의료보험 등 각종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 중에는 7주의 수습기간이 끝나도 정식 직원이 아닌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남으려는 경우도 있다.
이 곳에서 판매되는 각종 커피와 과일주스의 가격은 1,000∼1,500원. 다른 카페와 비교할 때 헐값이나 다름없다. 가격 뿐만 아니라 맛도 자신 있기 때문에 일반 카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고운누리 박희정(36) 시설장은 “SK주유소가 장소를 빌려주고 성남시, SK네트웍스, 보건복지부, 독지가 등이 시설비를 지원해줘 이 카페를 개설할 수 있었다”면서 “단순지원보다는 이 같은 재활시설을 통한 사회복귀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운누리측은 정신장애인 가족이나 관계자들이 카페 개설을 원할 경우 ‘다 함께 행복하자’는 뜻대로 ‘해피 투게더’ 상호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 카페는 10일간 시범운영을 거쳐 7일 정식 오픈한다.
글ㆍ사진=이범구기자 goug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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