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선발투수는 김병현(27ㆍ콜로라도)의 오래된 꿈이었다. 올 시즌 풀타임 선발투수로 처음 나선 김병현에게 8월은 악몽 같았다. 1승 4패에 평균자책점 7.15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최근 “클린트 허들 감독이 김병현을 선발진에서 제외하는 걸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다.
김병현은 지난 1월 콜로라도와 2년 계약을 했다. 하지만 콜로라도가 원하지 않으면 올해를 끝으로 계약을 완료하는 옵션도 포함됐다. 따라서 ‘선발 제외설’이 현실이 되면 김병현이 시즌 후 ‘버림받은 투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가야 할 처지다.
그러나 위기는 때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 사면초가에 빠진 김병현이 4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5전6기’ 끝에 시즌 8승(10패)에 성공해 8월 악몽에서 벗어났다. 한국인 빅리거 가운데 처음으로 8승을 거둔 김병현은 지긋지긋한 ‘방문경기 징크스’도 깨트렸다. 지난 5월 29일 샌프란시스코전 이후 무려 8경기 만의 원정 승리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김병현은 “오늘처럼만 던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모처럼 웃었다. 김병현의 호투로 12-5 대승을 거둔 콜로라도는 방문경기 9연패에서 벗어났다.
3회까지 안타 1개만 내주며 호투한 김병현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1-0으로 앞선 4회말. 김병현은 2사 1ㆍ2루서 제임스 로니에게 빗맞은 안타로 동점을 내준 뒤 토비 홀에게 적시타를 맞아 1-2 역전을 허용했다. 콜로라도 타선은 5회초 폭발, 7-2로 역전시켰지만 공수 교대 후 김병현은 또 다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대량실점의 위기에서 김병현은 안드레 이디어를 투수땅볼로 유도했다. 실점을 막길 바랬던 콜로라도 덕아웃에서는 “홈으로 던져라(Throw home)”는 함성이 쏟아졌지만 김병현은 오히려 2루로 던져 병살타로 처리했다. 허들 감독이 경기 후 “김병현이 5회 보여준 과감한 수비는 오늘 최고의 플레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침착한 플레이로 위기를 넘긴 김병현은 9-2로 앞선 7회 2사 2ㆍ3루에서 왼손 레이 킹과 교체됐다. 6과3분의2이닝동안 8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한 김병현의 평균자책점은 5.49에서 5.35로 좋아졌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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