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메일로 국무조정실 등 총 9개 정부 부처가 마련한 '장애인 지원 종합대책'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받았다. 휴일이지만 중요해 보이는 정부의 자료를 보도일까지 미뤄둘 수가 없어 천천히 읽어봤다. 13개 항목으로 나뉘어진 자료는 겉보기에 매우 '고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원 대책을 충실히 알릴 요량으로 관련 자료들을 검색했다. 그러나 검색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자료에 나온 대부분의 대책이 이미 각 부처를 통해 짧게는 수일 전 소개 된 '구문(舊聞)' 이었기 때문이다.
장애인 수당은 복지부가 이미 수 차례나 보도 자료를 냈고, 장애인 학생 의무교육은 지난달 말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이었다. 저상버스 확대는 이미 지방자치단체 별로 계획이 드러난 지 수년이 지났고 장애인의 선택적 복지제도 시행도 최근 발표됐다.
국무총리실이 4일 장애인지원 종합대책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도 '구문'에 대한 성토가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재탕 삼탕 발표를 거친 정책들이 '종합대책' 으로 화려하게 포장돼 마치 정부의 획기적인 처방이 나오는 것처럼 발표되는 모습이 어이없어서다. 정부 관계자조차도 "각 부처의 대책을 취합해 발표하는 것이 총리실의 브리핑" 이라며 사실상 재탕 발표를 시인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쏟고 그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 그런 대책을 발표하는 것을 시비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식의 발표는 생색내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복습을 시키는 게 아니라면 정책 발표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 발표보다는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부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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