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일 일부 여당 의원들과의 만찬 모임에서 ‘대선 불개입’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전해지자 우리당의 각 계파들은 발언의 속내와 파장 읽기에 분주했다. 다수 의원들은 “대통령 스스로 족쇄를 채웠으므로 대선에 깊이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계파 별로 반응이 다소 달랐다.
대선주자인 김근태 의장이나 정동영 전의장 측은 대체로 “대통령이 대선후보 경선에 개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불개입’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친노 직계 의원들은 “불개입 발언은 원론적인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대선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당내 전략통인 이목희 기획위원장은 4일 “노 대통령이 대선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진심을 믿는다”며 “대통령이 마치 후계 구도를 만드는 식으로 개입하는 걸 국민들이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국민의 바람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취지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내년 대선 국면에서도 이런 입장을 유지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친노 직계인 이화영 의원은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지극히 원칙적인 수준”이라며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정략적인 접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부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최근 정무팀을 만들고 의원들을 계속 만나는 것을 보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대선 구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입김을 행사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호남권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를 강조한 것은 경선 룰을 제시하는 등 대선후보 선출 과정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대선에 관여해서도 안되겠지만 관여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등의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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