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 중앙노동위원회의가 발전산업노조 분규에 대해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리자 이 제도의 정당성과 효용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노동계는 “악법이므로 안 지켜도 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노위가 전기 철도 등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사분규에 대해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하면 노조는 15일 동안 파업을 못 한다. 파업을 시작하면 그 순간 불법이 된다. 또한 15일 뒤 중노위가 내린 중재안은 단체협상과 같은 효력을 지녀 노사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
노동계는 직권중재를 ‘낡은 칼’에 비유한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구속하는 악법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중노위의 발전노조 직권중재 회부 결정은 노사정 대표자들이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노사관계 로드맵)을 논의하면서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를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내려져 더욱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수 차례 정부를 상대로 폐지를 권고한 적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노동계에서는 ‘직권중재 회부 결정=파업 신호탄’으로 간주된다. 2002년 2월 한국전력노조, 2004년 서울지하철노조, 올 3월 한국철도공사노조는 직권중재 회부 결정과 동시에 불법 파업을 시작했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노사 자율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사측이 직권중재제도에 기대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왔다”며 “중노위가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함으로써 노사의 자율교섭을 가로 막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다 죽어가는 법을 끄집어내 노조 활동을 위축 시키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직권중재의 약발이 떨어졌음을 인정한다. 2002년에 22건에 달하던 직권중재 회부 결정은 지난해 단 1건에 그쳤다. 직권중재의 남발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은 이상 이 제도는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원 역시 정부 입장을 지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2부(부장 정종관)는 4일 전국철도노조가 “중노위의 중재회부 결정은 위헌적 직권중재제도에 기반한 것으로 필수공익사업장 근로자와 일반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이라며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중재회부 결정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익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법의 목적이 정당하고, 기본권 제한도 최소화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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