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ㆍ방송 융합서비스인 인터넷TV(IPTV)의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시장사수에 비상이 걸린 지역 케이블TV업체(SO)들이 필사적 방어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볼 권리'가 침해 당하는 사례가 자주 벌어지고 있어, 시청자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업체들은 IPTV 상용화를 2010년까지 미뤄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물밑으로는 고객확장 및 시청료인상에 나서고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KT측 시설이용료가 올라 시청료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IPTV가 상용화되면 케이블TV업계 전체가 고사하게 될 것"고 말했다.
그러나 SO들의 행태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과 수원, 용인, 부산, 경남, 대구 등에선 SO들의 일방적 시청료 인상이나 방송 송출 중단으로 시민들의 대규모 항의가 잇따라 벌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착수 이후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으나, 최근 성남시 독점케이블방송인 아름방송(ABN)이 유선방송 재계약문제로 신흥동 주공아파트 2,000여 가구에 대해 유선방송 및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했다.
한 관계자는 "민간업체가 방송송출을 마음대로 중단한다면 최악의 경우 KBS재난방송도 시청할 수 없게 된다"며 "공영방송 송출을 SO의 손에 쥐어주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 법으로 의무화된 '공동주택의 공시청망과 케이블TV망의 분리배선' 문제 역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시청망이란 아파트 옥상안테나로 양질의 공중파 TV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공동시설로, SO들이 공시청망을 훼손해 모든 가구들에게 케이블TV를 보도록 강제하는 관행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그러나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D 아파트의 경우 완공 당시부터 공시청망이 케이블TV 선로로 사용되고 있어, 이 아파트에 입주한 모든 가구가 케이블TV를 '강제'시청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입주 전에 이 같은 망 조작이 이뤄진 걸 보면 아파트 건설업자와 케이블TV 업체 사이에 미리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블TV 독점규제와 난시청문제를 위한 모임'의 나경채 관악주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난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시청자들은 KBS에 시청료를 내고 있는데 결국 케이블TV 요금까지 이중 부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나치게 저가로 책정되어 있는 케이블TV시청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요금인상을 하더라도 SO들이 분명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는 만큼, IPTV 도입을 계기로 경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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