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1공단 부지 매입 및 용도변경 과정은 의문 투성이다. 군인공제회가 자본금 1억원에 불과했던 ㈜새로운성남에 2,400억원을 대출해 주는가 하면 용도변경 승인이 나기도 전에 자체 분양 공고를 내기까지 했다. 5ㆍ31 지방선거 때 “공천을 받게 해 줄 테니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다. 권덕만 새로운성남 대표가 사용한 수백억원의 행방도 묘연하다.
의문의 2,400억원 대출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3월 새로운성남에 2,400억원을 대출해 줬다. 당시만 해도 새로운성남의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했다. 더구나 새로운성남이 매집했던 2만여평의 공단 부지가 주거용지로 변경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용도변경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공단 대체부지를 다른 곳에 마련했다고 성남시가 발표한 것은 군인공제회가 대출한 지 3개월 뒤의 일이다. 그런데도 군인공제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성남에 대출해 준 지 한 달만에 분양 공고까지 냈다. “1공단 부지에 26~48평 주상복합 아파트 350세대를 2006년 6월까지 분양한다”는 공고를 홈페이지에 실은 것이다. 이 공고는 나중에 문제가 되자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군인공제회는 “성남시가 개발 숙원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어 확신을 갖고 자금을 대여해 줬다”며 “투자를 결정할 때 시행사의 자본금보다는 사업의 현금 흐름과 사업성을 우선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전 분양공고에 대해선 “아파트 350세대를 군인공제회가 분양하기로 새로운성남과 약속했고 이를 위해서는 공동 시행사로 돼 있어야 한다고 해 새로운성남이 부지를 매입하는 데 명의를 빌려줬다”고 설명했다.
새로운성남은 지난해 6월 성남시의 공단 대체부지 확보 발표 및 건설교통부의 성남시 도시기본계획 승인이 있기 불과 며칠 전에 자본금을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고 회사의 목적사업에 부동산개발업, 부동산 분양대행업을 추가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치권 연계 의혹
성남 1공단 개발 사업이 정치권과 연계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지역 인사는 5ㆍ31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받게 해 줄 테니 더 이상 1공단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 달라”는 ‘거래’를 제안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올 2월 성남시가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공람을 통해 공단 부지를 주거용지로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다. 공람 내용은 새로운성남이 3개월 전 성남시에 제안한 개발계획과 기본 틀이 같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지방선거 내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혜 의혹 공방이 이어졌으며 불법 정치자금이 흘러 들어갔을 것이란 추측도 난무했다.
600억원의 행방
검찰은 권씨가 횡령한 자금 가운데 사용처가 불분명한 600억여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지난달 발부된 권씨의 구속영장에 “권씨가 새로운성남이 시행 중인 성남 1공단 개발 시공권을 빌미로 거액의 자금을 차입해 횡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이에 따르면 새로운성남은 올 7월 성남 1공단 개발 시공권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S건설의 보증 하에 70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 가운데 300억원은 이미 어딘가에 사용됐다. 권씨는 이와 별도로 새로운성남의 자금 52억원 등 계열사로부터 330억원을 빼돌린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권씨가 돈의 사용처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ㆍ관계 로비에 사용했을 가능성을 비쳤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사용처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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