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회사 노조가 파업 돌입 15시간만에 백기를 들었다.
중부 남동 동서 남부 서부 등 5개 발전노조의 이준상 위원장은 4일 “이날 오전 1시30분에 돌입한 전면 파업을 15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을 기해 철회하고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파업을 완전 철회한 것이 아니며 전략적으로 퇴각하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으로 파업 대신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아래 노사교섭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 철회에도 불구,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 처벌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 및 해고자 20명에 대한 고소.고발, 체포영장 의뢰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취하하지 않겠다”면서 “노조원들도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예상보다 빨리 파업을 거둬들인 것은 몇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명분없는 불법파업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질책과 함께, 정부 및 사측의 강경 대응, 내부 자중지란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정부와 사측이 강경 방침을 고수하면서 노조 파업의 예봉을 꺾었다. 사측은 이날 오전 10시 노조원들에게 오후 1시까지 업무에 복귀하라고 최후 통첩을 보내고, 노조 집행부를 고소, 고발 조치했다. 정부도 노조 지도부에 대한 검거에 나서는 한편,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해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 대응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노조의 주장이 파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거대 담론’이라는 데도 원인이 있다. 노조는 ▦발전 5사 통합 ▦교대근무자 주 5일제 시행(4조3교대 근무를 5조3교대로 전환) ▦임금 가이드 라인 철폐 및 제도개선 ▦해고자 복직을 주장해 왔다. 노조는 발전회사의 분할이 중복 송전 문제 등 오히려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정부의 발전사업 매각을 쉽게 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들 사안은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것들로 노사 협상이나 파업으로 풀 수 없는 것들이었다. 때문에 전력을 담보로 무모한 파업을 벌인다는 여론의 호된 질책이 비등해졌다.
마지막으로 내부 분란으로 파업동력이 크게 떨어진 점도 조기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노조는 9,000여명의 전체 직원 가운데 6,500여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막상 파업 돌입을 선언하자, 참여율이 23%정도에 그쳤다. 파업 돌입 여부를 놓고 노조 지도부내의 의견도 엇갈렸다. 노조가 고려대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면서 불법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뒤 파업으로 전환하자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이 일면서 파업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어쨌든 이번 파업은 2002년 민영화 철회를 내걸고 37일간 파업을 했을 때처럼 노조의 완패로 끝났다. 그러나 한전의 발전과 배전부문을 분할해 몇개 회사로 쪼개는 내용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정당성 문제를 다시 수면위로 끄집어 올린 측면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전력산업 민영화의 밑그림이 된 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를 재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박진용기자 hub@hk.co.k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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