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의 흙은 검은 빛을 띠며 부드럽게 부서졌다. 산 능선의 울창한 수림에서 떨어진 낙엽이 천년 이상 쌓여 흙이 된 부엽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풍부한 유기질을 함유해 비료 한 포대조차 뿌릴 필요가 없어 자연 그대로의 유기농 재배가 가능하다.
4일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에서 3시간 가량 차를 타고 들어간 둔화(敦化)시 대산농장. 울퉁불퉁한 산허리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동안 콩밭이 산 능선을 타고 한 없이 펼쳐졌다.
겹겹이 둘러싼 야트막한 산들 사이로 자리잡은 이 일대 콩밭은 무려 5,000ha(1,500만평). 이중 900ha의 콩밭이 국내 식품업체인 풀무원과 계약 재배를 맺었다. 풀무원은 1998년부터 연간 4,000톤 가량의 콩을 이곳에서 수입해 콩나물과 두부의 원료로 쓰고 있다.
배경근 유기농 전략구매팀장은 "산림 지역을 개간해 콩밭을 만들었기 때문에 천년 이상 쌓인 낙엽들이 모두 자연 영양분이 되고 있다"며 "일교차가 크고 겨울이 추워서 농약을 치지 않아도 병충해가 없는데다 주변에 공장이 없어 천혜의 유기농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알알이 익어가는 콩을 즉석에서 따 먹는 맛도 신선했다. 이곳에서 수확된 콩은 중국 정부는 물론, 국내 인증기관의 세밀한 현지 점검을 거친 후 '유기농'이란 이름이 붙여져 수입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풀무원은 이곳에서 두부, 콩나물, 두유 등에 각각 알맞은 콩 품종을 개발하는 작업에도 한창이었다. 배 팀장은 "3~4년 후에는 만주에서 우리 기술로 육종된 품질의 콩이 재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콩을 중심으로 친환경 유기농 사업을 강화해, 로하스(LOHASㆍ건강과 환경을 해치지 않은 라이프스타일) 선도기업이 되겠다는 풀무원의 포부와도 맞닿아 있다.
풀무원은 이를 위해 4일 콩 가공사업, 자연ㆍ신선사업, 친환경 유기농 사업을 3대 핵심사업으로 정해 2012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기업 비전을 발표했다.
주력 제품인 두부, 콩나물 외에 콩과 콩 단백질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기존 상온 유통 제품들을 업그레이드한 신선가공 식품을 적극 개발해 새로운 식문화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와의 제휴를 통해 국산 브랜드 콩 생산을 확대하면서 세계적으로 우수하고 안전한 콩 산지를 더욱 더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이규석 사장은 "건강과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로하스 사업은 향후 식품 산업의 핵심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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