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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음악과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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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음악과 도시

입력
2006.09.0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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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시청 앞 서울광장에 질 좋은 스피커를 통해 청량한 음악이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차도로 포위된 광장 잔디밭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들을 음악소리는 더 유유하게 해줄 것이다. 도심의 옹색한 잔디밭에 누워 조각구름 떠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덜 멋쩍을 것이다. 악단이 직접 연주를 해도 좋겠지만, 그러면 비용도 들고 한가로움도 덜할 테다.

서울거리에 전보다는 음악이 풍부해진 듯하다. 세종문화회관 뒷마당이나 국립극장 앞마당, 청계광장, 서울광장 같은 곳에서 종종 무료 연주회가 열린다. 그런데 거리의 공기를 아코디언처럼 부풀리는 건 역시 거리의 악사다.

서울 거리에는 악사가 없다. 그나마 라틴음악을 연주하는 남미 악사들이 몇 년 전부터 지하철 역사나 버스 정류장 근처에 숨을 불어 넣어준다. 처음 유럽에 갔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거리의 악사였다.

웬 수줍음 때문에 지켜 서서 연주를 듣지는 못했지만, 잠시 귀 기울이고 동전 한 닢을 악사 앞에 놓인 모자나 스카프에 얹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그 맛에 길을 가다 음악소리만 들리면 쫓아가 보곤 했다. 도시를 활기차게 하는 데 음악처럼 저렴하고 호사스런 건 없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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