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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백수연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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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백수연대의 꿈

입력
2006.09.0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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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 따르면 백수(白手)는 백수건달(乾達)의 준말로서 '돈 한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건달'로 풀이돼 있다. '하얀 손'을 뜻하는 한자도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비웃음에서 유래된 듯하다. 하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전국백수연대(cafe.daum.net/backsuhall)'를 만들어 9년째 이끌어온 주덕한(37)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백수나 백조로 불리는 요즘 청년실업층은 개인적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라, 취약하고 불안한 노동시장의 구조가 낳은 희생양이라는 것이다. 아무 일자리나 던져주면 된다는 발상은 관료적 착각일 뿐이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으며 청년실업 문제에 천착하던 그도 고 강원용 목사 등이 만든 실업극복국민재단에 의해 7월 초 설립된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의 소장을 맡아 10년 만에 마침내 백수에서 벗어났다. 백수연대가 위탁 운영하는 형식으로 얻은 직장과 직책을 그는 각각 '희망청'과 '희망청장'으로 불러 주길 원한다.

비정규직 양산 등 퇴행적 노동시장과 학력차별 등 진입장벽으로 인해 수없이 좌절을 맛보며 사회에 적개심마저 갖게 된 이들에게는 '희망'이란 이름의 치유와 용기라는 자양분의 공급이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9,000명 선의 온라인 회원과 100명 안팎의 오프라인 일꾼을 가진 백수연대가 지난달 17일 서울시로부터 이른바 비정부기구(NGO)로 인정받은 것은 그에게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다.

'백수연대라는 이름으로 NGO 공인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결코 할일 없이 노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는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 밀어붙였고, 한때 고개를 갸우뚱하던 시는 등록요건을 충족한 이 단체의 정성과 취지를 높이 샀다. 연 2,0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게 된 백수연대의 서울 동교동 사무실은 이제 '시대의 실험실'로 자리잡았다.

▦정부 통계 상으로 청년(15~29세)실업률은 8%를 오르내린다. 그러나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의 3분의 2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구직단념층으로 직행한다.

그래서 청년층에 속하는 5명 중 1명은 실업상태라는 추정통계까지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는 좋은데 민생이 따라주지 않아서…"라며 양극화에 책임을 돌리거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생색내기용 대책만 장황하게 읊어대고 있다. 올해 공공 일자리 예산 1조 5,000여억 원을 백수연대에 준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GO보다 NGO에 더 믿음이 가는 세상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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