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원류를 찾겠다는 인문계간지 ‘유역’이 창간됐다. 문학비평가이자 솔출판사 사장인 임우기씨가 깃대를 들었고, 민속학자 민병훈(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씨,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등이 가세했으며, 미술사학자 강우방씨, 원로 융 심리학자인 이부영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거들었다.
‘유역’은 서구 문예이론에 경도돼 온 한국 문화(문학)의 지배담론을 지양ㆍ극복하고, 민족 지상의 극우적 민족주의와도 거리를 두면서, “한국 문화의 핵심 원류를 북방 제 민족들과의 역사적 관계(교류사) 속에서 탐색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발행ㆍ편집인인 임씨는 “어떤 문명에는 그 문명을 이뤄낸 독창적이고 원형적인 집단 무의식이 있으며, 그것은 근대적 의미에서의 민족적인 것이 아니라 문명사적 의미에서의 원주민적이고 토착적인 사유”라고 말했다. 그 원형적 정신을 ‘시베리아 샤머니즘’에서 찾는다. 우리 문학과 문화의 “구석구석에 잔영이 박혀있는”, 하지만 “서구편향적 사고의 지배적 영향력 하에서 거덜나고 있는” 북방 샤머니즘의 정신과 감각이다.
한마디로 ‘유역’은, 우리 문화 원류의 복원을 통해 그릇된 지류들(서구주의, 민족주의, 수구상업주의, 진보 포퓰리즘 등)을 비판ㆍ극복하자는 것이다. “천문학적 액수의 사행성 도박 게임사업에 대통령의 조카가 연루되고 안 되었고”의 문제 이전에 “전국 방방곡곡 서민들의 일상적 주거지까지 도박성 문화로 뒤덮이게 만든, 절망적 수준의 이 지배권력이 문제”라고 임씨는 ‘편집자의 말’에 적고 있다. ‘유역’은 “흥행성이 문학성이나 예술성의 기준이 되”어 버린 이 ‘절망의 시대’의 ‘샤먼’이 되겠다는 것이다.
창간호에는, 요하문명의 완성자로서의 고구려 미술과 정신을 밝힌 강우방씨의 글(‘고구려를 찾아서’)과 고 김수남씨의 사진 등으로 이뤄진 ‘시베리아 샤머니즘’, 지난해 타계한 미술사학자 오주석씨의 유고 ‘조선왕조 회화의 이해’ 등이 수록됐다. 허만하 시인이 영남 유학의 유적을 둘러본 문화기행산문 ‘방울과 칼’, 정재정 교수의 일본 고야산 탐방문과 홍상훈씨의 열국지 무대 답사기, 소설가 김애란씨의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서 신화ㆍ무속의 알레고리를 찾는 임우기씨의 평론 등도 실렸다.
임씨는 “우리 문화의 ‘유역’을 형성해온 주변 문화 탐방을 통해 우리 문화와의 관련성을 찾고, 우리 문화 전반의 현상 및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문화적 분석과 해석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컬러 사륙배판, 340쪽, 1만8,000원.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