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회사로 구성된 발전산업노조가 파업 강행 15시간 만에 취소한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강행과 취소 모두 '국민을 위해서'라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국민생활에 미치는 전기의 막대한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발전노조는 불법파업을 하면서 오래 전부터 인내심을 키워왔다고 말했지만 내세운 명분은 너무나 허약했다.
요구의 핵심은 분할된 5개 발전회사의 재통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5조3교대 노동, 해고자 복직이었다. 재통합과 정규직화는 국가정책과 입법의 문제이지 발전노조만 혜택을 요구할 사안이 아니다. 현행 4조3교대 근무를 줄여달라는 요구는 일반 대기업(주 40시간)보다 실근무시간을 낮추라(주 33시간)는 것이다.
2002년 파업 당시 해고된 300여 명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노조위원장, 1994년에 불법행위로 해고된 몇몇 인사에 대한 복직도 국민을 인질로 삼을 사안은 되지 못한다.
노조파업의 전형적 원인인 임금인상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던 점에도 주목하게 된다.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국가기간산업을 맡고 있는 '반관반민(半官半民)' 기업에 있으면서 공공성이나 도덕성에 대한 의무 이행은 도외시하고, 복지와 신분보장의 권리 추구에만 매달리니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그러나 파업이 벌어지게 만든 정부와 사(社)측의 대응에도 문제가 많다. 2002년 파업 당시 국민 지탄을 받은 노조가 사실상 백기를 든 사례를 무기삼아 '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버티면서 협상기간 내내 감정싸움을 촉발했다.
특히 노조가 업무 중첩과 불필요한 임원ㆍ간부 양산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재통합을 주장하는 데 대해 인원 효율화나 경영 합리화 등의 설명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 역시 정부와 공기업ㆍ반(半)공기업의 노사 모두가 국민을 뒷전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런 식이면 언제나 피해와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세금을 내고 비용을 분담하는 국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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