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창업열풍이 불고 있다. 남편들의 조기퇴직으로 인한 생계형 창업에서 추가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한 서브(sub)창업까지, 창업에 관한 주부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주부창업의 경우 소비를 주도하는 여성들의 소비심리를 섬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반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육아 및 가사부담, 시간과 체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4월 경기 일산신도시에서 무점포 잉크토너 충전업 '잉크가이' 사업에 뛰어든 오성진(41)씨의 경우, 첫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집안 일을 어느 정도 돌볼 수 있으면서도 출ㆍ퇴근 시간에서 자유로운 사업아이템을 찾던 끝에, 5개월여만에 사업 아이템을 결정했다.
타깃은 인근의 아파트 단지의 주부들. 방문서비스의 특성상 남성보다는 여성에 대한 거부감이 덜했고 주부라는 장점을 살려 이들과 육아와 살림정보를 교환하며 접근했다.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기술력을 의심하지 않도록 프린터 신제품을 소개하는 인터넷사이트를 매일 방문하고, 전자제품상가를 찾아 신제품 프린터를 작동해보는 일도 게을리 않았다.
오 씨는 "주고객인 주부들과 공감대가 쌓이다니 자연스럽게 잉크와 토너를 한 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교체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됐다"며 "사업을 시작하기 전 남편과 자녀교육과 가사노동 분담에 대해 확실하게 매듭짓고 시작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 비용으로 1,250만원을 투자했으며 월 매출 300만원, 월 수익 20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말 수원 천천지구에서 샌드위치 전문점 '빵파네'를 시작한 유경란(38)씨는 친정어머니가 초등학생인 두 자녀들을 돌봐주기로 하자 창업을 결정할 수 있었다.
주변에 패스트푸드, 샌드위치 가게들이 많아 여성취향에 맞는 고구마, 단호박 등의 속재료가 들어간 프랜차이즈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 아이템을 결정했다. 노하우가 없는 만큼 '목'이 좋은 곳을 골라야한다고 생각, 1억1,000만원(임대비용 7,000만원)을 들여 상가지역에 13평 규모의 점포를 냈다.
개점 이후 2개월 동안 월 평균 매출 1,000만원, 월 평균 3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유 씨는 "주부창업에 가장 어려운 점은 가사와 자녀교육 등에 대한 부담"이라며 "가족들과 충분한 상의를 한 뒤 창업을 준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경기 남양주시의 초등학교 인근에 여동생과 공동으로 지난 3월 13평 규모의 문구점 '통큰 딱다구리' 점포를 개설한 박정수(34)씨는 7세인 조카와 평소 격의 없이 어울렸던 점이 도움이 됐다.
단지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인지, 좋은 학원은 어디인지…' 등 가게를 찾아온 아이들과 관심사를 나누다 보니 저절로 단골이 됐다. 창업비용으로 7,000만원 가량 투자했으며 월 수익은 200만~400만원 정도다.
박 씨는 "아이들의 등ㆍ하교 시간에만 반짝 일하면 돼 생각보다 시간을 여유 있게 활용할 수 있다"며 "남성들보다 아이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주부들이 도전해볼 만한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FC창업코리아 주순구(28)대리는 "주부창업자들은 홍보 마케팅 법률지식 등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다"며 "창업관련 서적을 빠짐없이 읽고,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창업강의를 듣는 등 충분한 준비를 통해 창업을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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