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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대선 불개입'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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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대선 불개입' 선언

입력
2006.09.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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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대선 불개입’ 입장을 밝힌 것은 열린우리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우리당 재선급 상임위원장들과 만찬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면서 “다만 민주적 절차가 무시되지 않도록 지켜보는 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권 인사들과의 잇단 ‘식사 정치’를 통해 정치적 이슈를 주도해온 노 대통령은 이번에는 대선 과정에서의 정치적 중립을 선언한 셈이다. 지난달 초 ‘외부 선장론’ 을 언급한 것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비치자 이 같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불개입 선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대통령들이 후계 구도 때문에 정쟁에 휩싸였던 것과는 분명 다른 길을 가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에 대한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경선 과정에서 일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적 절차를 거론한 것은 우선 불법선거 운동 등으로 경선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갈 경우 경선 제도와 룰을 만드는 데도 신경을 쓰겠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여당의 일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를 거론한 것은 친노(親盧) 직계가 주도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개방형 국민경선제) 논의와 맥이 닿아 있다”며 “대통령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대선후보 선출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노 대통령이 새로운 경선 룰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고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관리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고건 전 총리 등 범여권의 선발 주자군과 천정배 전 법무장관, 유시민 복지장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잠재적 대선주자 그룹이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경선 룰 등에 깊이 관여한다면 또 다른 대선 개입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지역주의 극복과 전국정당 건설, 정치개혁을 기치로 내걸어 창당한 우리당의 가치는 여전하다”며 “우리당은 정체성을 유지하고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앞으로 여당 의원들과 두루 만나겠다”고 언급해 최근의 ‘식사 정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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