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니 경제회생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논란이 가장 뜨겁다. 이번에 정부의 ‘비전 2030 보고서’ 발표와 관련해서도 ‘분배’가 수난을 겪고 있다. 1,100조원의 추가재원 조달에 대한 성토이긴 하지만 결국은 ‘분배’에 대한 성토다.
성장과 분배, 무엇이 옳을까? 성장론자는 성장을 해야 분배할 것이 생기는 만큼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여기다가 일자리를 열망하는 서민의 요구에 부응해서 일자리 제공이야말로 최상의 복지이자 최선의 분배인 터에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성장이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성장이 분배의 절대적 조건이라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대세를 이루는 주장이다.
분배론자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양극화로 생존마저 위협 받는 서민층을 위해서도 분배가 필요하지만 분배를 통해 소비대중의 구매력을 높여야 성장도 가능한 만큼 성장을 위해서도 분배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즉 성장과 분배는 이율배반이 아니라 상호 보완임을 강조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별 설득력이 없다.
논리의 부족 때문이라기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분배를 수없이 강조했는데도 복지도 못 이루면서 성장동력마저 잃은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분배의 직접적 수혜자가 될 서민대중조차 분배보다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상황이다.
참여정부의 과오가 많지만 시대적 과제인 분배가 배격되게 한 것은 중대한 과오다. 분배를 위한 구체적 정책이 없음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철학도 논리도 없이 말로만 분배를 강조하다 보니 국민적 위화감과 더불어 분배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해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면 분배를 외면하고 성장 위주의 정책을 강구해서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대량실업과 빈부양극화가 구조화하기 쉬운 정보사회에서는 분배 없이는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장정책을 강구하지 않아서 성장이 안 된 것이 아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참여정부의 반기업 정서 등이 성장을 억제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가 실제로 성장 억제 정책을 강구한 일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정담당세력이 성장을 억제하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도 그렇다.
왜 분배가 성장의 필수적 조건인가? 산업의 정보화에 따른 대량실업과 대량도산으로 소득양극화가 구조화하여, 20%의 국민만이 좋은 직장에서 높은 소득을 올리면서 잘 살고, 나머지 80%의 국민은 직장도 없고 소득도 없어 어려움에 처하는 이른바 ‘20 대 80의 사회’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지금 정확히 ‘20 대 80의 사회’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런 경향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런 경우 80%의 무소득자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서 20%의 부유층이 생산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면 20%의 부유층이 생산한 물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어 이들도 마침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분배는 소득이 없는 빈곤층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소득이 많은 부유층의 유지는 물론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치가 이러한데도 분배와 원수진 듯한 성장론이 우리사회를 지배하니 경제가 살아나지 못한다. 분배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할 때다.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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