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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꿈 안고 3,323명 전국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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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꿈 안고 3,323명 전국서 질주

입력
2006.09.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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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외계인!” “우리 막둥이 우주까지 달려라!” “1년 동안 세 여자에게 차인 OOO는 지구를 떠나라!”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공원.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을 위한 1차 관문인‘기초체력 평가’행사 참가자들은 여대생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했지만 우주를 향한 열정만은 모두 같았다. 출발선 양 옆에서는 참가자들의 친구 가족 직장 동료들이 준비해온 플래카드로 응원을 펼쳐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평가 합격을 위해 1개월 전 헬스장에 나가기 시작했다는 직장인 정민지(28)씨는 “한국 우주인 1호를 꿈꾸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두주먹을 불끈 쥐었다. 1차 관문은 거뜬히 통과할 수 있다며 큰 소리친 대학생 이민응(20)씨는 “나를 위한 행사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우주 여행이 눈 앞에 보인다”며 스타트 라인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색 경력의 소유자들도 대거 참가했다. 박영석씨는 히말라야 8000㎙급 14좌, 7대륙 최고봉과 3극점을 정복하는 산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산악인. 달리기 출발선에 선 그는 “지구상의 꼭대기들은 다 점령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우주”라며 “우주 정복을 위해 산악인 대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웃었다.

신세계 정재은(67) 명예회장도 이번 평가에 참가했다. 정 회장은 “우주인은 내 인생에서 마지막 남은 목표”라며 “나이가 많으니 긴장도 된다”고 털어놓았다.

20여년 전 라일리안무브먼트(외계인과 만나는 것을 꿈꾸는 국제 모임) 한국지사의 홍보부 차장을 역임했다는 이영(46)씨는“어려서부터 외계인과 미확인비행물체(UFO)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연히 한국 우주인 배출 프로그램을 접하고 응했다”며 “어젯밤에 잠까지 설쳤다”고 말했다.

체력 테스트에는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았다. 우주라는 주제를 공유하면서 가족의 우애를 다지고 건강도 챙기기 위해 나온 소박한 시민들이다. 이 때문에 우주인 선발 행사는 가족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5명의 가족 중 3명이 참가했다는 김석기씨는 “바쁘게 사느라 잊고 지낸 어릴 적의 ‘우주여행’ 꿈을 떠올리면서 소원했던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10㎞를 1시간5분만에 달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종환(72)씨는 늦둥이 아들과 함께 참가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내 건강 걱정을 많이 하는데 이를 불식하기 위해 출전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남자 23분, 여자는 28분 이내에 3.5㎞의 코스를 완주해야 합격할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광주 강릉 제주 6개 도시에서 3,323명이 참가, 박영석씨, 정 명예회장 등 참가자 3,176명이 합격을 기쁨을 누렸다. 남성 2,756명 여성420명으로 응시자의 95.6%가 테스트를 너끈히 통과했다. 17일 필기시험(영어와 종합상식) 기본신체검사 등을 거쳐 10월 중순쯤 300여명의 후보가 압축된다. 이후 4차례의 심사를 통해 내년 1월에는 최종적으로 우주인 후보 2명이 확정되고, 선발된 2명은 2007년 초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의 훈련과 평가를 거쳐 최종 1명이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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