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일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가상해 실시한 미사일방어(MD)시스템 실험에서 실험 대상이 된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요격, 격추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 미사일방어국(MDA)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이 알래스카 코디악에서 발사된 표적 미사일을 태평양 상공에서 격추시켰다. 이번 실험 성공은 MD 추진 과정에서 18개월만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MD사업이 상당기간 탄력을 받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 MDA는 이번 실험에 앞서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인 대포동의 크기와 속도를 표적 미사일에 적용했다고 발표함으로써 관심을 모았다.
미국이 이날 발사한 요격 미사일은 반덴버그 지상기지를 떠나 13분여 동안 수백㎞를 날아가 지상 160km 이상의 태평양 상공에서 오후 1시46분께 가상 북한 미사일을 격추시켰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때 1㎙ 길이의 탄두를 가진 표적 미사일은 시간당 29,000km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반덴버그 지상기지에서 요격 미사일이 발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실험에 소요된 예산은 8,5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MDA는 앞서 이번 실험은 표적 미사일을 타격하는 것보다는 지상 발사 요격 미사일이 표적 미사일의 탄두를 그 운반체나 탐지방해물로부터 구별해 추적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자료 수집에 주안점이 있다고 설명했었다. MDA는 올 하반기나 내년 초 표적 미사일 타격에 초점을 맞춘 MD 실험을 다시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번 실험의 성공을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 특히 표적 미사일 탐지에서부터 추적 및 요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현재 개발중인 MD 시스템의 대부분 장비를 가동, 실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표적 미사일을 발사한 뒤 이를 요격하는 ‘실전에 준하는 실험’을 했다는 점에 고무돼 있는 것이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이 7월5일 발사한 미사일이 실패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MD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2004년말과 2005년 2월에도 MD실험에 나섰으나 실패했으며, 한번은 기술적인 문제로 요격 미사일이 사일로에서 발사조차 되지않아 현재까지 1,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예산이 투입된 MD사업의 장래에 먹구름을 드리웠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이 MD의 성공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못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 전문가들을 인용, 이번 격추 실험은 처음에 불과하며 MD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몇 차례 더 성공을 입증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실험은 표적 미사일의 발사 시점과 지점을 알고 있었으나 실전에서는 거의 예측불가능하며 적 미사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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