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오락기 비리 의혹 수사가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관광부의 각종 규제완화정책으로 번지고 있다. 사행성게임장 설치를 등록제로 완화하고, 경품용 상품권을 도입한 것 모두 국민의 정부 하에서 이뤄졌다.
우선 전국을 도박장화하는 기반은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문화부 장관(2000년 9월20일~2001년 9월18일)으로 있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문화부가 발의한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2001년 5월 공포됨으로써 이전에는 시ㆍ도지사 허가를 받아야만 했던 성인오락실 개업이 기초단체 등록으로 가능해졌다. 당시에는 규제완화가 명분이었다.
경품용 상품권 도입 논의가 정부에서 처음 거론된 것 역시 김 전 장관 시절이었다. 문화부는 게임장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경품에 문화ㆍ도서ㆍ관광 상품권’을 포함 시키는 ‘경품취급 고시안’ 초안을 마련, 2001년 6월29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안은 그대로 유지된 채 남궁진 전 장관(2001년 9월19일~2002년 7월10일) 시절인 2002년 2월9일 문화부 고시 2002-2호로 확정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업계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반영된 이런 개정안과 고시안이 만들어지기까지 문화부에 대한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품용 상품권이 도입된 문화부 고시 2002-2호는 업계의 작품이라는 증언이 많다. 2004년말 이후의 상품권 발행업체 인증 및 지정제 도입 관련,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컴퓨터산업중앙회 전 회장 은모씨, 상품권 발행업체 안다미로 대표 김용환씨가 당시에도 주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2000년부터 딱지 상품권 발행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품용 상품권 합법화에 더욱 공을 들였다는 말도 있다.
남궁 전 장관과 관련해 최근에 확인된 몇 가지 사실도 로비 의혹을 확산 시키고 있다. 그는 올 6월 게임 제작ㆍ유통사,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의 모임인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의 고문을 맡았다가 바다이야기 의혹이 불거지자 7월 고문직을 사퇴했다. 이 단체는 김씨가 주도해 1월 만든 것으로 김씨는 이사를 맡고 있다. 남궁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의 한 행사로 안다미로가 주최한 ‘펌프 잇 업’ 세계게임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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