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지분과 의결권을 2배 가까이 확대하기로 해 앞으로 IMF 내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강화될 전망이다.
IMF 집행이사회는 한국 중국 멕시코 터키 등 4개국의 지분을 1.8%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IMF 개혁안을 19, 20일에 싱가포르에서 열릴 IMF 연차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고 1일 밝혔다.
개혁안에 따르면 4개국 지분은 56억6,000만달러(1.8%)가 추가로 늘어난다. 이 중 한국 지분은 현재 24억2,770만달러(0.77%)의 2배에 가까운 43억5,040만달러로 늘어나고, 의결권도 현재 0.76%에서 1.35%로 높아지게 된다. 결의안이 연차회의에서 통과되면 한국은 30일 이내에 추가 금액인 1조8,200억원 가량을 납입해야 의결권을 발휘할 수 있다.
로드리고 데 라토 IMF 총재는 이날 이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의결권 지분이 회원국들의 실제 경제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한국 등 4개국의 쿼터 상향조정 방안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향조정은 IMF 개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비하면 너무나 미약한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MF는 주식회사처럼 회원국이 출자한 지분에 따라 의결권이 주어지는데, 출자 지분은 해당 국가가 국제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17.4%의 지분을 지닌 미국은 17.1%의 의결권으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일본은 6.13%, 독일 5.99%,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4.95%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이탈리아 3.25%, 사우디아라비아 3.22%, 벨기에 2.13%, 캐나다ㆍ중국 2.94%, 러시아 2.74%, 네덜란드 2.38% 등의 순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ㆍ인도 등 아시아와 남미의 개발도상국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도 지분 조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유럽 국가들의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벨기에가 세계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도 1.92%에 불과한 인도보다 많은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처럼 생색내기 수준의 지분 상향보다는 전체 국가들의 지분을 처음부터 재검토해 조정하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의 지원을 받는 수혜국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출자지분과는 별도로 빈국들의 의결권을 현재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IMF의 아프리카 회원국들은 한국 등 4개국의 지분과 의결권을 높인 이번 방안에 대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빠져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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