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본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권위지 요미우리(讀賣)신문으로부터 한일관계에 관한 코멘트를 요청 받았다. 이 신문이 매년 조사하고 있는 '아시아 7개국 여론조사' 의 결과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묻는 것이었다.
●일본 호감도 추락의 이유는
3개항으로 된 질문을 쉽게 풀어 설명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좋아하는데 왜 유독 한국만 일본을 싫어하나 ▲한국인들은 일본의 경제력과 영향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본을 중요시하는 것인가 ▲장래에 양국의 관계 개선 전망은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질문 그 자체에 대한 소감이 2가지 떠올랐다. 하나는 한일관계를 묻는 질문에서 역사인식의 문제가 빠졌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몰라서 물어보나'라고 반문하고 싶었다. 그러나 곧바로 이 질문들이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인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에서 한때 상승하던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바닥을 기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꼽을 수 있다. 천황을 비롯해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이후 역대 일본 총리들이 빠짐없이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유감의 뜻을 밝혀왔지만,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해 불신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A급전범이 합사되고, 침략전쟁을 부인ㆍ미화하는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를 강행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하에서는 호전되던 일본의 이미지가 엉망이 됐다.
그러나 많은 일본 사람들은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우선 역사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역사타령만 할 것이냐"며 "한국인들이 떠드는 역사 문제는 단지 일본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뜯어내기 위한 정치적 카드"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오히려 일본의 잘못을 서술한 역사는 '자학(自虐)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전면에 등장해 자신들의 침략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부터 잘못된 일본의 역사교육이 끊임없이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양국관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같은 역사인식문제를 둘러싸고 앞으로 두 나라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평화헌법과 교육기본법 개정을 외치는 보수 강경파로, 역사문제에 대해서도 수정주의사관에 가까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장관이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의 모임'의 사무국장 출신인 아베 장관은 그 동안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역사인식 때문에 분출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맹렬하게 비난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천황의 호소 기억하길
대권을 눈앞에 둔 아베 장관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주고 싶다. "과거의 역사를 후세대에게 올바르게 이해 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일본인 자신에게 있어서, 또한 일본인이 세계의 사람들과 사귀어 나가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2005年12月19日). 일본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호소이다.
김철훈 도쿄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