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뷰] 흥행 1위 기론 쓴 '괴물' 봉준호 감독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 인터뷰] 흥행 1위 기론 쓴 '괴물' 봉준호 감독

입력
2006.09.03 23:59
0 0

‘괴물’이 ‘왕의 남자’의 흥행기록(1,230만 명)을 6개월 만에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쓴 2일, 봉준호(37) 감독은 도쿄 긴자의 한 극장에 있었다. 마침 이날 일본에서 ‘괴물’ 을 개봉해 송강호와 급하게 2박3일(1~3일) 무대인사를 하고 왔다. 2006년 한국의 여름을 한바탕 휘저은 그의 별난 괴물이 한강을 떠나 세계일주를 시작한 것이다. 그 첫 도착지가 괴수영화의 종주국을 자부하는, ‘고질라’라는 명품을 가진 일본이란 사실도 재미있다.

-일본에서의 반응은.

“한국과 비슷하다. 전혀 색다른, 거의 돌발물에 가까운 괴물에 매력을 느끼고, 또 그것이 괴수영화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남은 해외 개봉 일정과 수출 실적은.

“일본을 시작으로 이 달에 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개봉하고 10월부터 연말까지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를 거쳐 내년 2월 미국에 상륙한다. 미국은 개봉과 별도로 할리우드 메이저사의 요청으로 리메이크 계약도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해외수출액은 700만 달러. 멕시코, 브라질에까지 팔렸다. 국내 흥행보다 더 자랑스럽다.”

-이렇게까지 성공하리라고 예상했나.

“연출자(감독)로서 오직 영화의 완성을 위해 사투를 벌였다. 완성 자체가 힘들었다. 컴퓨터그래픽, 예산 등 힘든 문제가 너무나 많았다.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고민은 할 시간도 없었다. 개봉 후의 모든 상황이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름대로 정리해 볼 생각이다.”

-감독이 생각하는 흥행의 요인은.

“배우다. 황당하고 이상한 소재를 관객들의 마음에까지 접근시켜준 것은 배우들(특히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의 활력 있고 사실적인 연기였다. 그들이 가교역할을 해주었다.”

-괴물 캐릭터 자체를 꼽는 사람도 많다. 마니아까지 생겼는데.

“내 괴물은 너무나 허술하다. 엄청나게 크다거나, ‘에이리언’처럼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도 아니다. 미끄러지기도 하고,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귀엽고 그러다가 난데없이 잔인하게 굴고. 사람으로 치면 성격 나쁜 청소년이다. 사고나 치는 악동, 그러나 알고 보면 외롭고. 게다가 이전 영화들과 달리 아무도 괴물의 실체나 특성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켰을 것이다.”

-‘괴물’을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장면은.

“가족이다. 그것도 보잘 것 없는 가족. 꼭 혈연만이 아니다. 가장 아끼는 부분 역시 괴물과 싸움으로 지친 가족들이 매점에 돌아와, 비록 환상이지만 딸 현서까지 나타나 함께 컵 라면을 먹는 장면이다. 강두(송강호) 가족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었고, 마지막 장면과도 연결된다. 그런 그들을 우리가 도와 준적이 있는가. 여러분은 힘들 때 어디서 도움 받은 적이 있는가 물어보고 싶었다. 국가, 사회, 이웃, 제도 어느 것도 그들을 돕지 않았다. 거짓말로 감금하고, 돈 뜯어가고, 아무리 소리쳐도 들어주지 않고. ‘괴물’개봉 중에 실제로 비슷한 사건이 서울에서 있었다. 어머니가 어린 딸과 함께 은행현금인출박스 출입문이 고장 나서 그 속에 갇히자 비상전화로 경찰과 119소방대에 연락했다. 그러나 모두‘우리가 할 수 없다. 은행용역업체에서 해야 한다’며 출동하지 않아 모녀를 몇 시간 숨막히는 공간에 그대로 방치했다. 결국 그들을 구한 것은 달려와 망치로 유리문을 부순 가족들이었다. 물론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화제만큼이나 말도 많았다. 먼저‘반미’논란 . 괴물 탄생의 주범을 미국으로 설정했다. 이유는.

“괴물 장르의 전통을 따랐다. 고질라를 봐라. 비키니 섬에서의 수소폭탄의 실험으로 태어났다. 그럼 한강의 괴물은 어떻게 생겨날까 고민하던 중 2000년 ‘맥팔랜드사건’이 터졌다. 미 군의관 맥팔랜드가 용산 미군부대 영안실에 있던 포르말린 480명을 한강에 버렸다. 이유 역시 어이없다. 병에 먼지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더구나 초강대국 미국은 우리시대 풍자 대상 1순위이다. 미국의 악행이나 미 행정부의 어리석음을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전세계가 공감하는 풍자의 화살을 날릴 수 있다. 할리우드 SF영화도 그랬다. 50, 60년대 그들의 풍자대상은 소련이었다. 강두 가족을 보라. 미국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딸의 실종이란 직접 피해를 입었다. 그렇다고 그들은 반미구호를 외치거나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다. 오직 딸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가장 큰 저항이라고 해야 미국 상원의원이 ‘바이러스가 없었다’고 발표하는 장면이 나오는 TV를 ‘잡스러운 소리??없애듯 발가락으로 끄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흥행에 도움이 된 것 아닌가.

“오히려 걱정했다. 미국 이라크에 살상무기가 있다며 전쟁을 하는 것처럼 거짓 바이러스설로 강두를 감금하는 장면 등은 분명 스토리상의 기능이 있음에도 이런 일련의 풍자가 흥행의 장애요소가 된다고 걱정하는 투자사도 있었다. 충분히 반미냐, 아니냐의 논란요소는 될 수 있지만 흥행요소는 아니다. 관객은 캐릭터와 드라마의 재미에 의해 움직인다.”

-또 하나의 논란은‘괴물’이 차지한 스크린(620개)이었다.‘괴물’의 싹쓸이가 다른 한국영화를 죽인다는 비판. 그 얘기로 김기덕 감독은 곤혹까지 치렀는데.

“참 난처하다. 나는 영화를 만든 감독일 뿐인데. 엄청난 스크린 수 때문에 개봉전날까지 촬영감독과 현상소에서 갑자기 많아진 프린트를 점검하느라 쩔쩔맨 기억 밖에는 없는데. 아무튼 영화상영의 다양성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다행이다. 어렵게 자신의 영화세계를 구축해온 김기덕 선배로서는 충분히 그런 문제제기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한 논의인 만큼 독과점의 규제와 예술영화의 지원 양쪽에서 모두 반드시 제도적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이번이 ‘절호의 찬스’다. 제발 축구처럼 일회성이 되지 말았으면 한다. 월드컵 때만 되면‘이제는 K-리그를 보러 가자. 한국축구의 미래는 K-리그 사랑에 있다’고 외치지만 한 달도 안 돼 경기장이 텅텅 비는 것처럼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단 2편으로 2,000만명의 흥행 감독이 됐다. 그것도 데뷔작의 참패를 딛고서. 특별한 전략이 있었나.

“나도 모르겠다. 이제 겨우 3타석째인데.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동대로 써나갈 뿐이다. ‘살인의 추억’도 이번엔 한국적 범죄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충동으로 만난 것이다. 내가 봐도 내 영화는 늘 불안하다. 행운이라고 할 수 밖에. 오히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내 영화가 한국적인가요. 아니면 동시대적인가요. 못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친근하게 느끼나요’라고.”

-변화가 있나.‘괴물’로 엄청난 수입(30억원)도 생겼는데.

“3~5년 사투로 얻은 돈이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참패와 대박을 모두 체험했다. 영화를 하는 동안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다.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할리우드에서도 시나리오를 보내온다. 단지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읽어는 본다. 또 하나. 옛날보다 망설임 없이 DVD를 돈 걱정 않고 여러 개 산다.”(여전히 그는 봉두난발이고, 어디서 샀는지 70년대 학생들이 신었던 싸구려 검은 천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 벌써 다음 작품 얘기가 나오던데.

“2편을 준비중이다. 먼저 할 ‘마더’(가제)는 엄마 이야기이다. 작은 영화지만 감동은 큰 작품이고, 그 다음은 SF물이다.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가 원작이다. 기후전쟁으로 눈으로 뒤덮인 지구에서 생존자들이 얼어죽지 않기 위해 기차를 계속 달리게 한다는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자가 된다. 큰 것을 연달아 하기는 너무 힘들다. 이 작품들 역시 ‘괴물’처럼 지금이 아닌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남들이 했던 영화는 물론 내가 한 영화와 비슷한 것도 절대 하지 않는다. 내 신조이자 본능이다. 적어도 내 몸에 잘 맞는 옷을 찾을 때까지는. 겁 나지만, 에너지도 생긴다.”

-내친김에 자신의 영화사를 운영할 생각은 없나.

“시나리오 쓰고, 연출하기에도 지친다. 골치 아픈 ‘갑’이 아니라 그냥 잘 나가는 ‘을’이고 싶다.”

인텨뷰=이대현 편집위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