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정부합동감사 등을 놓고 정부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합동감사반은 지난달 28일부터 닷새간 서울시청을 방문, 예비감사자료를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감사를 연기해 달라"며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정부감사반과 서울시와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한때 서울시 서소문 별관까지 진입하자 서울시가 발끈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7월 취임한 뒤 조직 개편 등으로 직원들이 과다한 업무에 시달린다며 행자부에 감사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행자부는 "감사 일정은 올 2월에 통보된 것으로 서울시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합동감사를 강행키로 충돌이 우려된다.
용산공원화 사업도 '시한폭탄'이다. 건교부는 용산 미군기지터 81만평 (메인포스트ㆍ24만평, 사우스포스트ㆍ57만평)의 공원화 사업과 관련, 특별법을 통해 사업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유지인 용산기지의 사업주도권은 건교부가 갖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도시기본계획에 있는 대로 메인포스트 등 81만평 모두를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건교부가 7월 입법예고 한 특별법안은 건교부 장관이 마음대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면서 "이는 정부가 기지이전비용 마련을 위해 땅 장사에 나선 꼴"이라고 반발했다.
건교부는 일단 특별법안 국회제출시기를 9월말로 늦추고 서울시와 협의를 계속키로 했으나 의견 조율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사업비를 둘러싼 이견
대형 국책사업이나 지방의 현안사업추진을 위한 예산싸움도 치열하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1단계사업을 2008년 말까지 완공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으로 국비 3,166억원을 배정해 줄 것을 건설교통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1,965억원만 편성이 가능하다"고 밝혀 계획기간 내 완공은 불투명하다
부산과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등 영남권 5개 시ㆍ도 및 상의는 신 국제공항 건설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울산시는 해양수산부가 추진중인 울산신항 개발이 지연되고 규모마저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항만정책의 기조를 비난하며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해양부는 울산항을 21세기 동남권 공업벨트의 중심항으로 개발한다며 1995년부터 2011년 완공목표로 총 29개 선석 규모의 울산신항개발계획을 추진해왔으나 찔끔 투자로 지난해 말 현재 진척률이 11.2%에 불과하다.
시는 이런 추세라면 당초 2011년 준공계획은 물 건너갔으며, 최근 규모 축소 분위기를 감안하면 자칫 '동네항만' 개발로 머물지 않을까 우려했다.
수도권에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배치를 놓고 혁신도시로 일괄배치하자는 정부와 여러 기초자치단체로 분산배치하자는 경남도의 지리한 줄다리기도 계속되고 있다. 강원ㆍ충북도 경남과 함께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개별이전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 정부 지침"이라며 준혁신도시 수용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경남도 역시 "당초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건설교통부 등과 협의를 통해 개별이전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전남도는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J프로젝트)의 예정부지 양도ㆍ양수문제로 맞서고 있다. 전남도는 J프로젝트 예정지(3,000만평) 중 영산강 3단계 간척지 2,226만평의 무상양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는 "J프로젝트 개발계획 승인도 받지 않고 예정부지를 공짜로 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 거부하고 있다. 광주시와 과학기술부간 '광주R&B특구' 지정도 마찰을 빚고 있다.
인사 문제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연말 행정부시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안준태 정무부시장(정무직 1급)을 행정부시장에 앉히려고 했으나 행자부의 반대로 2개월 가량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갈등 소지는 여전
서울시는 최근 송파신도시 건설계획 연기를 정부에 요청했다. 송파신도시가 건설될 경우 강북 뉴타운 건설사업과 중복돼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교부는 예정대로 송파신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서울시와의 마찰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수년 전부터 중앙정부에 일부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 세원 조정과 지방재정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달부터 시행된 부동산거래세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에 상응하는 자주재원(지방세) 확보 방안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은 2000년 자동차세(지방세) 인하와 함께 '주행세'를 신설한 것처럼 항구적인 재정보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부산=박상준기자 sjpark@hk.co.kr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 선진국의 해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방분권을 먼저 실시한 미국, 영국에서도 자주 발생했다. 특히 야당이 지방정부를 장악할 경우 갈등이 많았다.
하지만 선진국은 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보수당 출신의 대처 수상이 집권하던 1986년, 노동당 출신의 런던시장과 사회복지정책 등을 놓고 잦은 마찰을 보였다. 급기야 대처수상은 행정조직 개편을 통해 광역시인 런던시를 없애고 자치구만 남겼다.
앞서 영국에서는 1880년대 중반 런던의 공장 이전부지의 활용을 놓고 아파트 건설을 주장하는 중앙정부와 공원조성을 요구하는 지방정부가 전면 충돌했다. 결국 지방정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공장부지는 ‘하이드 파크’에 편입돼 지금 런던의 명물이 됐다.
미국은 1960년 존슨 대통령과 당시 캘리포니아주(주지사ㆍ레이건 전 대통령)간 지방교부금 활용 방안 등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교부금 활용방안 등에 대한 주정부의 권한을 강화시켰다. 미국은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매년 3, 4차례 정례적인 ‘파트너십 미팅’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교부금으로 마찰이 잦은 일본은 ‘중앙_지방 재정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중앙과 지방정부가 사무처리 과정에서 의견이 다를 때 협의ㆍ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 대 지방 또는 지자체간 갈등으로 인한 사법적 결정에 앞서 협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을 해소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는 셈이다. 또 시장ㆍ도지사들로 구성된 광역단체장협의회가 있으나 이 기구 역시 현안논의와 교류중심에 머물고 있다.
행정학자들은 최근 각종 갈등의 원인은 지방정부의 자율권과 중앙정부의 주도권이 충돌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민선 4기는 대부분 야당 출신이 광역단체장으로 선출돼 당정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도 갈등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이승종 교수는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을 보면 어느쪽의 주장이 옳다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제도적인 대화 창구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행정연구회 김순은 회장(동의대 교수)은 “중앙ㆍ지방정부간 갈등은 선진국에서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민선 4기가 출범한 만큼 선진국의 갈등해결사례를 연구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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