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65) 교육부총리 내정자는 후임 교육부총리가 거명될 때 마다 물망에 올랐던 ‘단골 후보’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김병준 전 부총리까지 포함해 5명의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물러날 때마다 그는 동시에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5수(修)만에 합격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교육부총리 후보 명단에 늘 들 수 있었던 이유는 몇 가지 있다. 녹록치 않은 이력과 친화력을 무기로 하는 개인적 성격이 크게 좌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충북 청주 출신인 그는 서울대 사대 졸업 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서울여대 교수를 거쳐 1980년 모교인 서울대 사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올 2월 정년퇴임때까지 26년간 서울대에 재직하면서 평생교육을 중심으로 한 교육정책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그는 정부와도 인연이 깊다.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아 교육개혁을 주도했다. 이 자리는 현재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상임위원은 이 조직의 사실상의 총 책임자다. 또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맡으면서 정부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고, 교육관련 연구용역도 꽤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대표적인 관변 학자 중 1명’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를 잘 아는 교수들은 학문적 식견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리는 데 꺼려하고 있다.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연구논문이 깊이가 있다는 말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교수도 “학문보다는 후배를 잘 이끌어가는 인생의 선배로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박한 평가와 달리 김 내정자는 ‘친화력의 1인자’로 알려져 있다. 선비 스타일의 모나지 않은 성격을 무기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조정능력이 뛰어나 한국평생교육학회장, 한국사회교육학회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다. 자립형사립고 제도협의회 등 각종 위원회에서 찬ㆍ반 입장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자신이 몸담았던 서울대에서는 주요 보직을 맡은 적이 없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그의 능력에 대한 논란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 주변에서는 리더십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없는 인물이 과연 리더십을 발휘해 산적한 교육현안을 풀어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한편 김 내정자가 사용했던 연구실 전 주인이 서명원 전 교육부 장관,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 였던 것으로 확인돼 ‘교육부총리 3명 탄생 연구실’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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