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9)씨는 3년 전만 해도 남부러울 것 없는 전업주부였다. 하지만 요즘엔 남편에게 양육권을 넘긴 늦둥이 딸(초등 3년)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의사남편 덕에 경제적ㆍ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김씨는 2년 전 여고동창 소개로 동갑내기 남자를 만나 1년 가까이 사귀었다. 그런데 소개를 해준 동창의 불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이 확대됐고, 결국 김씨의 남편에게 외도 사실이 들통났다. 김씨는 간통죄 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남편과 이혼을 했고, 이후 노래방 도우미를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애인 하나 없는 여자는 6급 장애인.’ 요즘 중산층 주부들 사이에 떠도는 말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의 일부 유한마담들 사이에서나 유행하던 ‘애인 만들기’가 평범한 주부들에게까지 급속히 번지고 있다.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여성포털 ‘젝시인러브’(xyinlove.co.kr)와 공동으로 기혼 여성 대상의 설문조사(7월27~8월6일)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94명 중 ‘직접 외도를 했다’(56명) 또는 ‘외도 문제로 고민했다’(36명)는 여성이 92명으로 전체의 절반(48%)에 육박했다. 특히 외도 경험이 없는 여성 중에서도 ‘주변에서 외도를 본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61명(31%)에 이르는 반면, ‘외도를 본적이 없다’는 응답은 22명(11%)에 불과해 주부들의 불륜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줬다.
실제 ‘아내의 외도’로 고민하는 남성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남성 고민상담센터 ‘남성의 전화’에 따르면 매년 2,400여건에 달하는 상담전화 중 ‘아내 외도’ 관련이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며 해마다 그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주부들의 불륜은 상당수가 보복범죄와 이혼 등 가정 해체와 사회불안으로 연결된다. 지난 7월 8명의 사망자를 낸 노래방 방화사건에서 보듯, 여성들의 외도는 상대 남성이나 남편의 폭력 방화 살인 등 돌이킬 수 없는 충동범죄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주부들의 외도 급증은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에 따른 남성 접촉기회 확대, 성 개방 풍조 등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런 사회 분위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편들의 가부장적 태도가 바뀌지 않고 있는 것도 아내의 불륜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남성의 전화’ 이옥이 소장은 “주부들의 외도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나 외로움 등 정서적 탈출구를 찾기 위해 시작되지만, 일단 불륜이 시작된 뒤에는 남녀 모두 육체적 쾌락의 늪에 빠져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남편들은 평소 아내와 진지한 대화나 스킨십을 통해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영웅 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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