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밀러 지음ㆍ신홍민 옮김 / 양철북 발행ㆍ1만800원
기독교를 향해 비판의 날을 번득였던 니체였지만, 그는 자신의 가족을 향해 화살을 쏘지는 않았다. 왜? 어린 시절에 학대를 받은 어른의 몸 속에는 부모에게 반항하면 처벌 받을 것이라는 어린 아이의 불안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어릴 적 입은 폭력은 어느 누구에게든 근원적 공포가 돼, 그를 평생 억압한다. 초인(超人)을 부르짖었던 니체마저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책은 니체를 비롯해 카프카, 쉴러, 울프, 랭보, 프루스트, 조이스 등 현대 문학의 거장들이 얼마나 아동 폭력의 기억에 시달렸는지를 말해준다. 아동 심리학자 앨리스 밀러의 저작 제목대로 ‘사랑의 매는 없다’.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체벌. 그것은 어머니의 눈밖에 나느니 차라리 발작을 택하겠다고 한 프루스트의 말처럼 어린이의 심리를 뒤틀기까지 한다. 어머니의 사랑에 목말랐던 랭보는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고는 스스로를 증오했다.
지은이는 그렇듯 몸에 각인된 신체적 외상은 이후 이러저러한 통증이나 몸의 이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조건 가해자를 용서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기존의 심리 치료 방식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상처의 근원을 파악해야만 한다는 주장과 맥을 함께 한다.
책은 소싯적의 체벌이 남겨준 마음의 상처 때문에 10명의 대문호들마저 큰 고통에 시달렸음을 밝히고, 그 흔적들을 고찰한다. 결론은 진정한 의사 소통이다. 자신을 진실로 이해해 주는 조언자와 의사 소통을 이뤄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어린 시절 학대로 인한 상처는 비로소 치유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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