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계승자인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자신의 생일에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52세로 최연소 일본 총리의 명예를 안게 될 그는 부드러운 인상에 합리적인 정치인처럼 보인다.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부자집 도련님”이다. 지난달 73세로 타계한 숙부 니시무라 마사오(西村正雄)는 “사람이 좋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좋아하지만 이용되기 싶다”며 “역사인식과 정치가로서의 수업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 나오면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에게 흐르는 정치적 유전자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그가 만만치 않은 사무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다. 또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가 큰 숙부이며, 아베 신타로(安倍愼太郞) 전 외무성 장관이 아버지다.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국수주의자였던 도쿄제국대 교수 우에스기 신키치(上杉慎吉ㆍ1878~1929)의 수제자였던 기시 전 총리는 그 자신도 국수주의와 국가사회주의를 신봉했다. 기시 전 총리는 일본의 재군비를 위한 헌법개정과 미국으로부터의 자주독립에 정치인생을 걸었다.
아베 장관은 곧잘 정치적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싸운 외할아버지 기시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털어놓곤 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아베 신조가 추구하는 것은 ‘위대한 조부 기시 노부스케’”라고 단언한다. 아베 장관의 어머니인 요코도 그가 정치적 신념과 정책은 외조부를 닮았고, 외면이나 성격은 아버지를 닮았다고 말한다. 아베 장관이 최근 펴낸 저서에 따르면 그는 1960년대 안보투쟁 당시 기시 총리를 비판한 진보적 지식인들과 언론에 적개심을 갖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아베 장관의 정치적 신념과 거기서 나온 정권 구상이 기시 전 총리의 그것과 닮은 꼴이라는 점이다. 그는 ‘싸우는 정치가’로서 ‘아름다운 국가 일본’을 만들기 위해 외할아버지와 같은 투쟁을 굳게 다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93년 중의원 첫 당선 이후 오랫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그를 끌어준 것은 아버지 신타로와 깊은 관계가 있었던 고이즈미 총리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였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 북한 강경책을 앞세워 국민적 스타가 됐다. 그가 성장하기 위해 사용한 무기는 부드러운 외모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자극적이고 우익적인 주장이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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