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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우리는 왜 바다에 빠져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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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우리는 왜 바다에 빠져버렸는가

입력
2006.09.0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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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한동안 우리 사회는 '바다 이야기'와 '상품권'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보는 사람에 따라 정치권의 비리 의혹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불투명한 경제구조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도박의 유혹에 너무나도 취약한 우리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초등학교 문방구까지 도박 바람

특히 이러한 사행성 상술이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까지 파고 들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단순히 일부 정치인, 기업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바로 우리들의 문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집단적 도박중독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박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도박의 본질적 속성은 바로 '신속한 결과 확인'과 '과정의 생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도박의 가장 큰 매력은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의 노력(정보를 수집하고 확률을 계산하는 것과 같은 두뇌활동)과 투자(돈을 거는 행위)에 대한 결과(승패)가 매우 빠르게 드러난다는데 있다. 대개 그 시간이 짧을수록, 그리고 그 과정이 단순할수록 사람들은 더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도박의 매력은 돈을 잃든 따든, 결과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판가름이 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특별한 준비나 전문적 노력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는데 있다.

그것은 봄에 씨를 뿌리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허리가 끊어지게 일한 결과가 가을이 되어서야 수확이 나오는 농사 짓는 일과 너무도 대비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바로 이 '쉽게 빨리'의 유혹 때문에 도박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쉽게 빨리'의 유혹에 취약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삶이 그만큼 힘들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 수 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상품권 뽑기에 열중하는 초등학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강조하는 '공부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에 대한 보상은 먼 훗날의 일일뿐만 아니라 과연 어른들 말처럼 행복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반면, 눈앞의 상품권 뽑기는 너무나 즉각적으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데 누가 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을 깨우쳐주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성실하게 사는 것이 결국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매순간 충분한 인정과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의 문제는 성실히 사는 사람들에 대한 즉시적 보상체제가 너무 미약하다는데 있다. 학교에서건 사회에서건 1등만이 주목받고 나머지 사람들이 기울인 노력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 아래서 윤리 교육과 엄격한 법 집행만으로 도박 열풍이 가라앉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 성실한 삶에 대한 보상체제 마련을

대박을 좇는 사람들의 심리는 일종의 현실도피라 할 수 있으며, 그 심리의 근저에는 좌절감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현실도피를 나무라기 전에 그들이 겪고 있는 좌절감에 주목해야 한다. 대박을 좇는 어른들, 뽑기에 열중하는 아이들은 어쩌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가 뭘 못하는가만 분명해지는 우리의 학교체제 속에서 길러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도박 풍조를 걱정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논하기 앞서 오늘 하루 손 한 번 들지 못하고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몇 학년 몇 반 30명 중의 한 명으로만 있다가 돌아올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부터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호준ㆍ한국청소년상담원 선임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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