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개봉 38일만에 역대 흥행 1위에 올라서기까지에는 많은 이들의 땀이 있었다. 일등공신은 물론 봉준호 감독이다.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등 주연 배우들도 흥행에 큰 힘이 됐다. 스태프 500명과 조연ㆍ단역 배우 80명도 ‘괴물’ 신화의 숨은 주인공들이다. 그들 중에서도 ‘괴물’의 오늘을 만든 숨은 스타를 꼽는다면 아마 이들 4명일 것이다.
때로는 서정적이면서도 관객의 맥박수를 급속도로 올려 놓는 ‘괴물’의 음악은 이병우 음악감독의 솜씨다. 기타리스트로도 더 유명한 이 감독은 1,230만 관객을 울리고 웃긴 ‘왕의 남자’의 음악에 이어 또다시 괴물의 음악 제작을 맡아 흥행 성공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다시 한번 영화음악계의 ‘미다스의 손’임을 입증했다.
1년도 채 안된 사이에 관객 1,000만 동원 영화 2편의 작업에 참여한 것은 이 감독으로서도 큰 행운이다. 이 감독은 “두 작품의 성공으로 주변의 기대감이 높아져 책임감도 더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이 감독의 팬이었던 게 작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인데, 이 감독은 “봉 감독과 의사소통이 잘 돼 작곡이 매끄럽게 이루어졌다”고 회고한다. “영화 완성 직전에 빠진 ‘눈 오는 매점’이라는 곡에 가장 애착을 느낍니다.”
‘한국영화는 오달수가 나온 영화와 안 나온 영화로 구분된다’는 우스개를 만들어낸 오달수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오달수는 개성 넘치는 얼굴을 스크린에 비추는 대신 몇 차례 그르렁 대는 괴물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목소리만으로도 그가 한국영화의 감초 배우임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오달수는 촬영을 모두 마친 후 뒤늦게 합류해 괴물 목소리를 녹음했다. 그가 캐스팅 된 데는 봉 감독과 송강호와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수효과를 담당한 장희철씨는 봉 감독의 머리 속에 있던 괴물을 현실화 시킨 장본인. 2003년 12월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참여해 괴물의 디자인부터 입체적인 움직임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했다. 최종 디자인을 완성하기까지 1년 7개월 동안 장씨가 창조했다가 사장시킨 괴물만 모두 1,500여 마리에 달한다.
장씨는 어류의 돌연변이인 괴물을 만들기 위해 동물 도감 등을 뒤지며 거의 모든 물고기 종류를 접했다고 한다. 그가 역점을 둔 부분은 괴물이 사실적이면서도 송강호와 잘 어울려야 한다는 점. 장씨는 “항상 ‘살인의 추억’ DVD를 틀어 놓고 한강 사진과 송강호 사진을 옆에 둔 채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2004년 미스코리아 충북 미 출신인 한세아는 ‘괴물’이 만들어낸 ‘깜짝 스타’다. 한강 둔치에서 한가롭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가 괴물에게 끌려가는 단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등장 시간은 불과 4초 밖에 안되지만 인터넷 등에서 ‘괴물녀’로 불리며 ‘괴물’ 흥행 몰이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4초를 위해 4시간 동안 와이어에 끌려 다녀야 했던 한세아는 “예상치 못한 지금의 인기가 조금은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 흥행 영화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