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뜰까, 하고 걱정을 했지만 비행기는 이깟 날씨쯤이야, 하고 활주로를 이륙해 갔다. 이륙하는 순간부터 얼마동안 비행기는 흔들렸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조금 불안했다.
그러나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일기는 때로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비행기가 흔들려도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흔들리는 동안 청룡열차를 생각했다. 놀이기구를 탔을 때의 스릴이 내게 다가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가벼운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 구름 너머 언제나 태양이 빛나듯
흔들리면서도 비행기는 구름 위로 솟아올랐다. 층층이 내 시계 아래 놓인 구름들은 마치 양떼 같기도 하고 눈의 언덕 같기도 했다. 그 위를 걸어가면 포근할 것만 같았다. 비행기 문을 열고 그 구름 위에 서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저녁 시간이라 저 멀리에는 노을을 머금은 하늘이 보이고 가까운 곳에서는 구름들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모여 있었다.
하늘 아래서는 그렇게 두렵게 보이던 구름들이 이렇게 예쁜 속살을 간직하고 있을 줄이야. 비를 뿌리고 태양을 삼켜버린 구름이 바로 이 구름이었던가, 하고 의심이 들 정도였다. 구름 위에서 바라보는 구름은 구름 아래 구름이 아니었다. 그리고 태양은 구름에 잠시 가리어 있을 뿐 여전히 구름 위에서는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살다보면 어려운 날들이 있다. 그때 대개의 사람들은 절망하거나 포기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저기 길을 찾아 물으러 다닌다. 그러나 대답을 쉽게 발견할 수는 없다. 대답은 언제니 자기가 찾는 것이고 마음을 바꿀 때에만 만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게도 한 중년의 사람이 찾아와 길을 물은 적이 있다.
사업이 부도가 나 자신은 감옥에 갔다 왔고 그 사이 아내는 병들어 누웠다고 했다. 곁에 있던 친구들도 다 떠나고 아이들은 보호시설에 맡겼다고 했다. 이제 자신마저 병들어 일을 하기가 힘드니 어쩌면 좋겠냐고 그는 울먹였다.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많은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의 길은 외부에는 없다고 나는 답했다. 오직 마음에서만 그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마치 구름이 태양을 가린 것 같아도 구름 너머에는 언제나 태양이 빛나듯이 마음은 언제나 삶의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 오직 마음에서만 길 찾을 수 있어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도 비행기의 안전을 믿듯이 살아가면서 우리가 믿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살아있음보다 더 큰 재산과 가치는 없다는 사실이다. 살아있음은 그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우리 절망 앞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으리라.
구름 위에서 구름을 바라보듯 삶 위에서 삶을 바라보고 싶다. 그것은 내가 한없이 가벼워질 때 가능하다. 내 마음이 온통 행복으로 가득할 때 나는 삶 위에서 삶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그때 삶은 아마 구름의 속살처럼 아름다우리라.
성전ㆍ남해 용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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