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82)와 모하마드 하타미(63)가 만난다.
미국과 이란의 전직 대통령이었던 이들은 비교적 진보적 성향의 지도자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악연도 있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듬해 발생한 테헤란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운명은 엇갈렸다. 혁명 직후 독일에서 귀국해 바로 의회에 진출한 하타미는 최고지도자 호메이니옹의 후광을 업고 승승장구, 두 차례나 대통령직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80년 4월 대사관 인질구출 극비작전을 수행하던 미군 헬기는 대사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이란 사막에 추락, 요원 8명이 사망했다. 당시 작전을 승인한 카터는 이를 계기로 ‘무능한 대통령’이란 낙인이 찍힌 채 재선 불출마라는 치욕까지 감수했다. 미국과 이란 정부는 인질 사건을 계기로 단교했다.
지난달 31일부터 2주 예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이슬람 혁명 세대의 주역 하타미는 방미 중 카터와 만날 예정이다. 정확한 날짜와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고의 전직 대통령’으로 존경받는 카터는 하타미와 이란 핵문제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추측된다. 당초 카터측은 재선길을 막아버린 이란 혁명 세대 지도자를 만나는 것을 꺼림칙하게 여겼지만, 하타미가 이란에서 개혁파로 통하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회담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카터가 과거 북한 핵위기 때 김일성 주석과 만나는 비공식 외교채널로 활약한 바 있고 하타미 는 단교 이래 미국을 방문하는 이란 최고위층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만남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이란의 우라늄농축 중단을 전제로 양자회담 창구를 열어놓은 미국이 갖는 첫번째 비공식 양자회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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