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KBS와의 회견에서 지난 3년 반의 임기를 돌이키며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전시 작전통제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재차 설명하며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며, 일을 너무 많이 벌인 것 같다"고 했다.
거론된 문제들이 국론 분열상태의 논란으로 좀체 합의를 얻지 못하는 현실에 처해 대통령이 그런 심정을 가질 만도 하다. 첨예한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설명을 듣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다만 이 시점에서 대통령의 회견은 찬반 공론 도출의 한 과정으로 합리적 결론을 좇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행정수도, 용산기지 이전 등 그 간의 여러 갈등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역대 정권에서 거론하다 그만둔 과제들이고, 이를 마무리하고 실현하려던 것일 뿐이라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반대는 무책임하거나 정략적이며, 일부 언론은 분별 없는 발목잡기 식의 공격을 펴 왔음을 비난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국정과제와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무능과 비효율의 어긋남, 독선적 간극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됐다는 사실은 생략돼 있다.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 모든 게 통용되고 납득될 수는 없다. 일을 이루어갈 만한 충분한 설득력과 신뢰를 만들어 내지 못한 데서 대통령과 정부는 실책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벽에 부닥친 FTA의 혼선이 그렇고, 작전권 문제에서 야기되는 미심쩍은 미래체제나 한미관계의 변동 등에 대해 미더운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위 낙하산 인사니, 보은 인사니 하는 인사난맥에 대해 온 국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도 노 대통령은 "인사 내용이 많이 좋아졌다"고 강변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라는 주장은 크고 작은 인사 파동들과 딴판이다.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지지도는 괜한 현상이 아니다. 후회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말은 착잡하다. 반성과 회한을 말했다면 그나마 남은 임기의 마무리에 대한 기대를 가져보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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