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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짖지 않는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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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짖지 않는 개들

입력
2006.09.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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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바다 이야기' 사태에 대해서 "도둑 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고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몰랐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행성 오락 게임이 악성 전염병처럼 온 나라에 번졌는데 그동안 관련자들은 뭘 하고 있었느냐는 한탄이다.

국민도 같은 의문을 품고 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왜 '개들'이 짖지 않았는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짖지 못하도록 입에 당근이나 재갈을 물렸었는지, 또는 짖는 기능을 잃어버렸거나 짖을 마음이 없었는지 혼란스럽다.

● 도박 열풍보다 무서운 경보기능 상실

대통령이 말한 '개'가 누구를 지칭한 것인지 논란이 있지만, 나라에 위험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고 위험이 발생하면 경보를 울려야 하는 수많은 관련자들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도둑이 들었는데 개들이 안 짖듯이 우리 사회가 경보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국회 언론 등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판에 물귀신 작전을 펴는 것이 놀랍긴 하지만, 물론 언론도 책임이 있다. 그동안 사행성 오락 게임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가 있었으나 요즘처럼 대대적으로 파헤쳤다면 어느 정도 제동이 걸렸을 것이다. 경찰기자의 비중이 과거보다 축소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라고 진단하는 기자들도 있다.

정부 안에서 그 같은 기능이 약화한 가장 큰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다. 노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 온 인사를 보면 일을 잘 하자는 인사인지, 단지 인사를 하기 위한 인사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는 직책의 막중함을 고려하기보다 인물에 대한 사사로운 고려를 앞세움으로써 각 부처의 일하는 분위기를 수없이 흔들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모두 첫 조각을 하면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장관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을 자주 바꾸는 폐단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한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오인환 공보처장관이 유일하다. 장관은 정치적인 계산이나 국면 전환을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해 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코드 인사니 보은 인사니 회전문 인사니 하는 시비가 일면서 장관 경시 풍조가 더 심해졌다. 장관을 자주 바꾸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장관 직을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감을 키운다고 장관을 시키더니 당에서 필요하다고 빼내고, 선거에 낙선한 사람을 장관 시키더니 다시 선거를 위해 차출하고, 또 낙선하니까 다음 자리를 찾아주는 식이다. 일 잘하는 장관을 승산없는 선거에 총알받이로 내세우기도 한다. 선거 전에는 후보로 빼내가는 인사, 선거 후에는 낙선자 배려 인사로 시끄럽다.

이 정부에서 총리와 장관으로 일한 사람은 65명, 앞으로 임명될 교육부장관을 합치면 66명이나 된다. 3년 6개월 동안 장관이 5~6명씩 바뀌는 부서에서 업무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직원들은 복지부동하거나 냉소적이 될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장관께 건의했는데 '좀 더 고민하자' 는 식의 상투적인 반응이 돌아오면 맥이 풀린다"고 말하는 고위공무원을 만난 적이 있다. 장관들이 과연 자리를 걸고 주요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 대통령의 코드ㆍ회전문 인사에 책임

'도박 게이트'로 번져가는 이번 사태는 정책 실패, 정치권의 로비, 부패와 유착, 어느 누구도 철저하게 검토하고 대비하지 않은 무책임 행정이 뒤얽힌 결과다. 전국이 도박판으로 달아오르고 국민들의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경보를 울리거나 수습에 나서는 부서가 없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가 아니라 "개들이 도둑을 막기 위해 짖을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도박 열풍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단호하게 물어 공직사회의 기강과 표류하는 국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장명수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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