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그다드에서 6개월 전 차량폭탄테러를 당한 마운티르 압바스 사우드(43)는 치료하러 간 병원이 무덤이 됐다. 며칠 뒤 입원한 병원에 기관총으로 무장한 시아파 무슬림 민병조직 요원들이 들이닥치면서 진짜 악몽은 시작됐다. 그들은 링거와 호흡기에 의지해 간신히 생명을 잇던 사우드를 침상에서 끌어내 병원 복도 바닥에 질질 끌고 간 뒤 무참히 사살했다. 사우드가 참혹한 공격을 받은 이유는 수니파이기 때문이었다.
이슬람 시아파_수니파 종파간 무력 충돌로 연일 인명피해가 나고 있는 이라크 바그다드에는 안전지대가 없다. 거리, 정부청사, 군시설, 그리고 사원까지 전쟁터로 바뀌었고 이젠 병원마저도 ‘킬링 필드’로 바뀔 정도로 내전이 극에 다다랐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30일 전했다.
특히 수니파 무슬림에게 병원을 가는 일은 스스로 무덤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급진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정치단체 소속인 알리 알 시바리가 보건장관이 된 뒤, 공립병원은 알 사드르를 추종하는 무장조직 알 마흐디군(軍)이 활개치는 전쟁터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수니파 무슬림 환자들이 병원 내에서 시아파 민병대원에게 납치ㆍ살해당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병원 직원들이 시아파 암살특공대의 수니파 학살에 협조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이파가 장악한 병원은 수니파들의 최대 기피장소가 됐다. 수니파들은 “병원을 가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까지 말한다. 수니파 무슬림들은 총상을 입어도 집에서 몰래 치료하고 임신부들을 바그다드를 빠져나가 더 안전한 도시의 병원으로 가서 아이를 낳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이라크에서는 민간인 인명피해 집계가 정확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라크 정부를 주도하는 시아파의 내분으로 인한 유혈 충돌까지 발생하면서 이라크 내전은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며 확산되고 있다. 27, 28일 이틀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130㎞ 떨어진 디와니야에서 벌어진 시아파 민병조직과 정부군 사이의 교전이 신호탄이다.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하고 시아파가 주민 대부분을 구성하는 남부 지역은 수도 바그다드나 북부 수니파 지역과는 달리 치안이 안정적인 편이었는데, 이곳까지 내전이 번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군 23명을 포함해 73명의 희생자를 낸 디와니야 전투는 시아파 민병대 알 마흐디군이 비공식 개입, 시아파 내부 분열이 빚은 비극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종파 분쟁 종식을 위해 무장조직 해산을 약속하는 등 시아파 각 정파들이 특히 반미주의적인 알 사드르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이끄는 알 마흐디군의 폭력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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