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다시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지난해 민주노총의 반대로 연기됐던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ㆍ태평양 총회가 이번에는 한국노총의 철수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부산 총회는 노사정이 공동 주최한 행사이며, 한국노총은 주최측의 하나다. 노동계가 성숙할 때도 됐건만, 번갈아 가며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국제회의와 관련 없는 국내 문제를 가지고 초대한 손님들 앞에서 무례를 범했다.
사태의 발단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회의장 밖의 기자간담회에서 "노사정 합의가 안 되더라도 9월 7일께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을 입법예고하겠다"며 협상 내용을 밝힌 데서 비롯됐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계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노사정 관계를 파탄 내고자 하는 도발행위"라고 비판하며 철수해 버렸다.
이 장관의 발언이 신중치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예상 보도됐던 내용이기도 하다. 국제회의를 공동 주최한 당사자로서 자리를 박차고 나올 만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의 선진화방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다른 방법으로 설득하거나 반대했어야 한다. 오히려 한국노총과 함께 총회에 참가 중인 민주노총은 철수하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1년 전 이 총회를 무산 시킨 민노총은 더 강성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한국노총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은 커다란 실망감을 준다.
이용득 위원장은 근래 합리적 노동운동을 내세우며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등 유연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노총의 충동적인 철수가 국제적으로 우리 노사정 관계의 경직성을 드러내고, 노조의 강성 이미지만 재확인 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2일로 예정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선진화방안 논의가 생산적으로 이뤄지고, 시간을 다투는 관련 입법이 순조로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노동부와 한국노총이 모두 반성하고 양보하여 국민의 우려를 씻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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