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모두 기억에서 접었는지 모르지만, 지난 7월23일 통계청은 전체 교육물가 상승률이 5%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 이상 되었다는 조사치를 발표했다.
교육물가 상승을 주도한 주요한 요인으로 사교육물가 상승률이 지목되었는데 6월 종합반입시학원 수강료 상승률은 1996년 7월의 8.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같은 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2.6%의 3.2배에 달한다고 되어 있다.
● 최상위계층 사교육비 월 31만원?
또 사교육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기타 교육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는데 이 상승률은 2004년 2월 4.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기타 교육물가에는 입시학원, 보습학원,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전산학원, 독서실, 참고서, 가정학습지, 학습용 오디오ㆍ비디오 교재 등 사교육과 밀접한 품목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와 동시에 소득 최상위와 최하위 계층의 사교육비 격차가 계속 벌어져 10배 이상으로 확대되었다는 7월14일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소득 최상위 10%에 해당하는 10분위 계층의 월 평균 보충교육비는 31만6,000원으로 최하위 10%인 1분위 계층 3만1,000원의 10.2배에 달했다.
이 통계치들을 접하면서 몇 가지 의문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상위 10분위 계층의 평균 사교육비가 31만원 선이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과연 최하위 10%의 사교육비도, 사교육을 하자고만 든다면, 3만원 선에서 그치겠느냐는 것이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만,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려고 들면 한 종류만 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이 시대에 보육원서부터 시작하여 공ㆍ사립을 막론한 공교육기관에 아이들을 맡겨본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공통된 경험이다.
전국 학부모들을 휘둘러놓고 있는 사교육 열풍의 근본적 원인을 흔히 우리 사회의 학벌 구조에서 찾는다.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국민공통교육을 받는 기간 내내 부모들은 자기 자식들이 12년 뒤에 이른바 스카이라고 불리는 초일류 대학을 비롯해 아무튼 되도록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를 초초하게 바란다. 그러나 학벌 구조만 보다가는 사교육의 급속한 확대의 또 다른 측면을 놓치기 쉽다.
내가 아이를 1학년에 보내놓고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부딪친 문제는 아이가 해오는 공부가 아무래도 좀 수박겉핥기라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학부모들 등쌀에 국어는 어느 정도 했는데 수학이나 다른 과목, 특히 예체능 같은 경우는 거의 배워오는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 과목들에 관련된 숙제는 쏟아진다. 그때 비로소 아둔한 아비인 나는 왜 보습 학원이 그렇게 번성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당장 급한 것은 12년 뒤의 일류대학이 아니라 부실하게 배워오는 한글에서 시작하여 조금만 가르치면 될 것 같은데 이상한 점수만 받아오는 수학, 그리고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성적은 매기는 것 같은 음악실기나 미술이 문제다.
아이와 같은 반의 어떤 학부모는 부부가 모두 장사를 하는데, 아이가 받아쓰기 시험 때마다 반 이상 틀려오자 드디어 아이를 보습학원에 보내고 말았다. 선생님과 상의할 기회를 가질 용기는 애초에 내지도 못하고 아이를 학원으로 내몬 것이다.
● 수박겉핥기식 공교육이 문제
내 아이는 미처 익히지도 못한 개념으로 수학 시험을 쳤는데 0점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아이가 모둠의 조장인데 이 한심한 조장을 보고 친구들이 모두 따라 썼다가 그 모둠 모두 0점을 받은 것이다.
0점 받은 책을 천연덕스럽게 펴는 아이에게 한심한 눈길을 던졌다가 이 얘기 듣고 엄마 아빠 허리가 뒤로 꺾일 뻔했다. 그런데 학원을 보내? 안 되지. 명색이 대한민국 교수인데.
그래서 아이에게 수학 문제집을 풀자고 온갖 아양을 떨어 문제를 내주었다. 그런데 이 아이, 딱 한 마디로 사태를 해결한다. "아빠! 아빠가 냈으니까 아빠가 풀어!"
이 아이 마음에 어떻게 다른 아이들을 이기라는 경쟁심을 불어넣어줄까? 결국 나오는 소리는 언제나 한 마디다. "아빠 살려!"
홍윤기ㆍ동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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